올해도 어김없이 새해 첫날에 많은 사람이 "임인년 검은 호랑이의 해가 밝았다"면서,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안부를 전한다. 그런데 "띠가 변경되는 기준이 언제인지" 알고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것 같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자기 띠를 알고 있을 정도로 띠는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그것은 사주팔자를 점치고 희로애락, 생로병사를 예견하는 관습과 문화적 요소 때문일 것 같다. 그래서 띠가 좋은 해에 자녀를 낳으려고 하는 토템 신앙마저 우리 마음속 깊게 자리 잡고 있는지도 모른다.
동양권에서는 대부분 자신이 태어난 해를 상징하는 동물을 자신의 띠로 가지고 있다. 즉 모든 사람이 각자의 띠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양력, 음력 모두 사용하고 있고, 12절기도 있어 어떤 것을 기준으로 띠를 정해야 하는지 헷갈릴 때가 있다.
띠는 '십이지지'를 상징하는 동물들로 구성돼 있으며, 12가지(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 순으로 반복된다. 즉 쥐, 소, 호랑이,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 순으로 띠를 정한다.
띠의 유례를 살펴보면, 옛날 하늘에서 동물의 순서를 정하기 위해 달리기를 시켰다고 한다. 소가 부지런하게 제일 먼저 출발했는데, 쥐가 몰래 소뿔에 올라타 결승점 앞에서 약삭빠르게 뛰어 1등, 소가 2등. 호랑이가 3등...돼지가 꼴찌로 도착했다는 우스운 얘기가 있다.
십이지지를 동물로 변환시킨 최초의 문헌 기록은 중국 후한의 왕충이 지은 '논형'에 등장한다. 열두 동물의 특성과 성질을 모두 한자리에 모으면 인간의 속성이 그대로 드러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띠는 음력설을 기준으로 할까? 엄밀하게 따지면 음력설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음력설이 되면 새해가 되지만 띠는 요지부동이다. 띠는 태양의 위치에 따라 정하는 절기력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띠는 중국에서 유래된 전통인데 대부분 음력 1월 1일(설날)을 기준으로 자신의 띠를 정한다고 한다. 언급했듯이 띠는 태양의 위치에 따라 정하는 시간 요소여서 음력, 양력 기준이 아닌 태양력 기준이다. 따라서 24절기 중 첫째 절기인 입춘(양력 2월 4일 경)이 기준이 된다. 띠의 입장에서 보면 입춘이 설날인 셈이다.
즉 입춘 전에 태어난 아이는 그전 해의 띠, 이후에 태어난 아이는 그 해의 띠를 가지게 되는데, 화성을 탐사하고 있는 요즘 얼마나 지켜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새해 아침이 되기 무섭게 뉴스 첫머리에 "임인년 새해가 밝았다" 방송하고 있으며, 국립 민속박물관 관계자 조차 임인년 새해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고 있다. 이왕 띠를 말하려면 제대로 알고 사용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음력설을 기준으로 띠를 정해야 한다"는 일부 역학자들 주장을 참고하면서, 기준이 음력설이건 입춘이건 "임인년 새해는 아직 오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