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를 풍미했던 정치거물 DJ, YS, JP가 생을 마감한지도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서로 물어뜯고 각축을 벌이며 싸우던 그때도 요즘처럼 혼탁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세 분의 정치 거물 중 필자와 관계가 있는 DJ 어록과 지금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유력 후보들 발언을 잠시 소환해 본다.
DJ한테 가장 많은 독설을 내뱉은 정치인은 아마 YS가 아닐까 싶다. 그는 틈날 때마다 DJ를 향해 "입만 열면 거짓말 한다"라고 맞건 아니건 끊임없는 독설을 퍼부었다고 기억된다.
흥미로운 것은 YS 독설에 대한 DJ 답변이다. 한 예로, "나는 거짓말 한 적이 없다. 다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을 뿐이다" 즉 "상황이 나로 하여금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했다"는 것이다. 반복되면 그게 거짓말 아니고 뭘까 생각되지만, 한편으론 정치의 여백 아닐까 싶다.
이재명 후보의 발언이 주목받고 있다. "특검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가 갑자기 특검을 받겠다"하고 또 "전 국민재난지원금을 지원해야 한다며 정부를 강하게 압박하다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 고집하지 않겠다며 갑자기 취소"하는 등 종잡을 수 없다. 왜 그럴까?
국민의힘 주장처럼 "아니면 말고 식 발언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여론 반응과 정부 부담을 감안한 정치적 결단이라고 봐야 할까? 그것도 아니면 상황에 따라 본인 고집을 철회한 유연성을 발휘한 환영할 일이라고 보는 게 맞는 걸까? 헷갈린다.
혹시 "어떤 방법을 쓰건 선거에서 이기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 아닐까? 싶어 많이 우려된다. 만일 그렇다면 이재명 후보가 생각하는 국민은 대체 어느 국민인지도 궁금하다.
이런 좌충우돌식 발언에도 국가 미래를 생각해서 "지원금 주겠다는 걸 환영하지 않은 우리 국민 의식은 정말 위대하다"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 후보는 신년인사를 통해 "문재인 정부를 보면서 오만은 곧 독약이라는 걸 잘 알게 됐다. 그런데 어느 순간 우리 자신에게 그런 모습이 있지 않았는지 되돌아본다"며 반성을 한 것 같다.
윤 후보가 부족한 점을 고치겠다며 국민 향해 큰 절하는 걸 놓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하락이 나타나고 있는데 대한 위기의식 발로 아니겠는가"하는 비판이 상당하다.
그렇다면 윤 후보 지지율 하락의 주 요인은 뭘까?
정계개편 추정 발언(민주당 농간이라 생각되지만)과 신지예 전격 영입으로 MZ세대 남성들의 대거 이탈, 후보 부인의 사과 미흡, 장 모 의원 등의 완장 놀이 아닐까 싶다. 후보의 리더십 부재가 가장 큰 요인임은 언급할 필요가 없다.
두 유력 후보의 지지율 답보 및 하락으로 제3지대 후보가 갑자기 관심을 받고 있다. 그중 가장 주목받는 이는 안철수 아닐까 싶다. 서울시장 출마 당시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그가 번복했음에도 다시 주목받고 있는 작금의 후진 정치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아무리 정치인 말은 '조변석개'라고 하지만 너무 심하지 않나 싶다.
새해 벽두에 정치인들이 현충원을 참배하면서 방명록에 -특히 선현들이 좋아할- 미사여구 담은 각자의 다짐을 적은 것 같다. 단지 기록에 그치지 말고 실천하는 후보들이 되길 기대한다.
이재명, 윤석열, 안철수, 심상정 후보를 비롯해서 이번 대선에 출마하게 될 모든 후보가 "오직 이기면 된다"는 억지보다, 멋스러움을 곁들이는 고품격의 대선 레이스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