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맞는 것 같다

살며 생각하며

지난 토요일, 잠시 다녀올 일이 있어 양평으로 향했다. 이용한 교통수단은 경의•중앙선 열차였다.


주말 낮 시간대였는데, 승차한 사람들 가운데 체감상 90%가 70세 이상으로 보였다. 등산복 차림의 젊은 중장년층이 간간이 섞여 있었지만, 좌석과 통로를 채운 풍경은 거의 노인들로 가득했다.


물론 그날이 평일이 아니었다는 점, 서울 외곽의 촌락을 경유하는 노선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난히 많다"는 인상을 지울 수는 없었다.


통계로만 접하던 고령화가 아니라, 눈앞에서 움직이고 대화하며 숨 쉬는 현실로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우리나라는 이미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 사실은 이제 놀랍지도 않다. 다만 문제는 속도와 밀도다.


고령층이 "늘고 있다"는 차원을 넘어, 일상 공간의 주된 이용자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열차 안 풍경은 단지 교통 이용 패턴이 아니라, 사회 구조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처럼 느껴졌다.


초고령 사회는 흔히 연금, 의료비, 돌봄 문제로만 이야기된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바뀌는 것은 일상의 질감이다.


평일 오전의 병원 대기실, 동네 공원, 지하철 무임칸, 그리고 주말의 광역 전철까지. 이제 많은 공적 공간에서 "노인이 다수"라는 상황은 예의가 아니라 기본값이 되고 있다.


이 변화는 불편함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다. 교통 시스템은 여전히 출퇴근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고, 지역 상권과 문화 시설은 젊은 소비자를 기준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실제 이용자는 이미 달라졌다. 몸이 느리고, 계단이 힘들고, 안내 문구가 작게 느껴지는 사람들이 주 이용자가 된 사회에서 우리는 여전히 과거의 기준으로 도시를 운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묻게 된다.


열차 안에서 마주친 노인들의 얼굴에는 조용한 일상이 있었다. 누군가는 병원을 가는 길이었고, 누군가는 시장을 다녀오는 길이었으며, 또 누군가는 특별히 목적 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 것이다.


이 평범한 이동의 풍경이 이제는 우리 사회의 중심 장면이 되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얼마나 자각하고 있을까?


초고령 사회라는 말은 이제 추상적인 정책 용어가 아니다. 통계표 속 숫자도 아니다. 주말의 열차 안, 일상의 이동 속에서 이미 충분히 확인되는 현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초고령사회, 맞는 것 같다"는 말은 더 이상 과장이 아니다. 우리가 그 사실을 언제, 어떻게 받아들이고 준비할 것인지만 남아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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