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육강식은 다시 세계의 언어가 되는가?
21세기 국제 질서는 법과 규범의 시대라고 배워왔다. 유엔 헌장, 국제법, 인권 담론은 힘의 논리를 제어하는 안전장치로 기능해 왔다.
그러나 최근의 국제 정세를 바라보면, 이 모든 장치가 급속히 무력화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세계는 다시금 "힘이 곧 정의"였던 제국의 전쟁 시대로 되돌아가고 있는 듯하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 문제를 군사력과 직접적 압박의 언어로 다뤄왔다.
특히 이번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르 대통령의 전격 체포는 주권 국가 지도자를 대상으로 한 전례 없는 행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행위가 국제 질서의 금기를 허무는 상징적 사건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중동에서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이란 내부의 유혈 사태와 정치적 혼란을 명분으로, 외부 군사 개입 가능성이 거론되는 장면은 이미 낯설지 않다.
"인도적 개입"이라는 언어는 여전히 사용되지만, 그 이면에는 언제나 전략적 이해관계와 힘의 계산이 함께 작동해 왔다.
문제는 이러한 개입 담론이 국제적 합의와 절차를 거치기보다, 강대국의 의지 표명만으로 정당화되는 듯 보인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상은 단지 특정 국가나 지도자의 성향 문제로 환원되기 어렵다. 냉전 종식 이후 유지되어 온 자유주의 국제 질서는 균열을 맞고 있으며, 다극화된 세계에서 강대국들은 다시금 군사력과 제재, 압박을 가장 효과적인 외교 수단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국제기구는 분쟁을 중재하기보다 사후적으로 설명하는 존재로 밀려나고, 규범은 힘 앞에서 선택적 해석의 대상이 된다.
"제국의 전쟁 시대"란 단순히 전쟁이 잦아지는 시대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힘의 우위가 도덕과 법을 압도하는 시대, 약소국의 주권과 시민의 생명이 지정학적 계산의 변수로 전락하는 시대를 뜻한다.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국지적 사건처럼 보이지만, 그 밑바닥에는 공통된 흐름이 있다. 바로 힘에 의한 질서 재편이다.
문제는 이 흐름이 가져올 미래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 사회에서 안전을 보장받는 국가는 없다.
오늘의 개입자는 내일의 분쟁 당사자가 될 수 있으며, 군사적 해결은 언제나 더 큰 불안정과 보복의 악순환을 낳아왔다. 역사적으로 제국의 전쟁 시대는 번영보다 파국을 더 자주 남겼다.
지금 세계가 마주한 선택지는 분명하다. 법과 규법이라는 불완전하지만 필요한 장치를 다시 강화할 것인가, 아니면 약육강식의 논리를 '현실주의'라는 이름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국제 사회가 침묵과 방관으로 후자를 선택한다면, 우리가 목격하게 될 것은 강대국의 승리가 아니라 모두의 불안일 것이다.
제국의 전쟁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불가피한 운명인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역사는 언제나 선택의 결과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