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 지능 vs 유동 지능

우리는 무엇을 키우고 있는가?

by 송면규 칼럼니스트

"저 아이는 원래 머리가 좋아."

" 나는 수학 머리가 없어."


우리는 일상에서 지능을 마치 타고난 "고정 자산"처럼 말하곤 한다. 그러나 심리학은 오래전부터 지능을 단일한 덩어리가 아닌,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두 영역으로 구분해 왔다.


바로 '고정 지능'(결정 지능)과 '유동 지능'이다. 이 구분은 오늘날 교육, 인재 선발, 조직 관리, 심지어 개인의 자기 계발 전략까지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중요한 관점이다.


첫째, 경험이 쌓인 힘(고정 지능)


고정 지능은 말 그대로 "축적된 지적 자산"이다. 어휘력, 상식, 전공 지식, 역사•문화에 대한 이해 등 학습과 경험을 통해 쌓이는 능력이다.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향상되는 경향이 있으며, 독서와 교육, 사회적 경험이 풍부할수록 단단해진다.


기업 조직에서 고정 지능은 곧 전문성이다. 베테랑 변호사의 판례 이해도, 숙련된 의사의 임상 경험, 20년 차 공무원의 행정 노하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축적의 시간은 판단의 깊이를 만든다.


그러나 고정 지능은 기존 지식의 범위 안에서 빛난다. 세상이 급격히 변할 때, 전혀 새로운 문제 앞에서는 한계를 드러낼 수 있다.


둘째, 낯선 문제를 푸는 힘(유동 지능)


유동 지능은 처음 보는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다. 패턴을 인식하고, 추론하고, 논리적으로 사고하며, 빠르게 구조를 파악하는 힘이다. 특정 지식이 없어도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기술 혁신의 시대, 유동 지능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 디지털 전환,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같은 변화 속에서 "정답을 외운 사람"보다 "구조를 읽어내는 사람"이 경쟁력을 갖는다.


하지만 유동 지능은 일반적으로 청년기에 정점을 찍고, 이후 완연히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도전에 약해질 수밖에 없는 것일까?


셋째, 둘 중 하나가 아니라, 균형의 문제


중요한 것은 "어느 쪽이 더 우월한가?"가 아니다. 오히려 두 지능의 상호 작용이다. 유동 지능이 새로운 문제를 열어젖힌다면, 고정 지능은 그것을 안정적으로 정착시킨다.


혁신은 유동 지능에서 시작되지만, 제도화는 고정 지능이 완성한다. 창업가는 유동 지능이 강할 수 있고, 경영자는 고정 지능이 필요하다. 사회는 두 영역이 함께 작동할 때 건강해진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여전히 지능을 "타고난 능력"으로만 바라보는 경향이다. 시험 성적은 대개 유동 지능과 단기 학습 능력을 측정하지만, 그것이 한 사람의 잠재력 전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더구나 고정 지능은 충분히 확장 가능하다. 독서, 토론, 다양한 경험은 뇌의 네트워크를 넓힌다. 유동 지능 역시 문제 해결 훈련, 사고력 훈련, 새로운 분야 도전 등을 통해 일정 부분 강화할 수 있다.


넷째, 교육과 조직이 바뀌어야 한다.


교육 현장은 암기 위주 고정 지능 강화에 치우쳐 있지는 않은가? 기업은 경력 중심 평가로만 인재를 선발하고 있지는 않은가?


반대로, 경험을 무시한 채 '젊음'과 '순발력'만을 혁신의 상징으로 소비하고 있지는 않은가?


미래 사회는 단선적인 인재상을 요구하지 않는다. 깊이 있는 지식과 유연한 사고를 동시에 갖춘 사람, 즉 고정 지능과 유동 지능이 균형을 이루는 사람이 필요하다.


다섯째, 결국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스스로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가?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라고 말하며, 가능성을 닫고 있지는 않은가?


지능은 하나의 점수가 아니라, 서로 다른 축 위에서 성장하는 능력의 스펙트럼이다. 나이는 고정 지능을 깊게 만들고, 도전은 유동 지능을 날카롭게 만든다. 축적과 도전이 함께 갈 때, 개인도 사회도 성숙한다.


고정 지능과 유동 지능의 구분은 우리에게 겸손함과 희망을 동시에 준다. 이미 쌓아온 시간은 헛되지 않았고, 아직 시도하지 않은 영역은 여전히 열려 있다.


지능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 우리가 무엇을 배우고, 무엇에 도전하느냐에 따라 계속 재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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