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종' 선사께 배우는 삶의 지혜

살며 생각하며

by 송면규 칼럼니스트

당나라에 난초를 좋아하는 혜종이라는 스님이 살았는데, 수행을 마치면 늘 난을 보살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혜종이 불법을 설파하러 먼 길을 떠날 때였다.


그때 한 제자가 급히 뛰어와 자신이 동행하겠다고 하자, 스님은 "동행 대신 난을 잘 보살펴달라" 당부하였고, 제자들은 세심하게 난초를 보살폈다.


그런데 하필이면 제자들이 깜빡 잊고 난초를 집안으로 들여놓지 않은 실수를 범한 날 밤에 갑자기 광풍과 함께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다.


제자들이 깨진 화분과 망가진 난초를 보며 몹시 후회하자, 한 제자가 "내가 해결할 테니 너무 걱정 말라" 하면서 "난초를 아교로 붙여놓으면 스님을 감쪽같이 속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난 후 혜종 선사는 절로 되돌아왔고, 제자들은 행여 스님이 난초의 이상함을 눈치챌까 노심초사했다.


그런데 스님이 난초를 보자마자 단번에 이전과 달라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화를 내기는커녕 전혀 아무 일 없다는 듯 태연자약하게 말씀하신다.


"난은 그대로이나 난의 향기는 이미 변해있구나" 그러자 제자들이 무릎을 꿇고 사실대로 고하며 용서를 구했다. 그러자 스님은 "용서를 구해야 할 사람은 그대들이 아니고 나일세"


그러면서 "그동안 내가 난초 향기에 사로잡혀 헤어나질 못하고 있었으니 얼마나 답답했을꼬" 스님의 담담한 이 한마디에 감동한 제자들은 더욱 스님을 존경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우리가 가진 모든 것들은 앞으로 깨질 난초와 같은 운명 즉 '환영일지도 모른다'는 큰 교훈을 주고 있는 것 같다.


어렸을 때 우리가 친구들과 많이 하던 구슬치기를 잠시 상상해 본다. 친구들과 구슬치기를 해서 구슬을 따면 세상을 다 가진 듯 기뻐했었다.


반면에 구슬을 잃으면 시무룩해지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화나서 잠을 설치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나에게 과거의 구슬은 어떤 모습일까? 아마 그 구슬은 내 주머니만 무겁게 할 뿐 큰 의미를 부여하지 못할 것 같다.


재물도 이와 마찬가지 아닐까 싶다. 만약 죽음을 앞두고 있는 사람이라면 온갖 부귀영화도 이 구슬처럼 단지 무겁기만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무엇을 얻었다느니 잃었다느니 하는 것은 어쩌면 그져 환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선현들께서 "인생은 바람과 구름처럼 덧없다" 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혹시 내가 환상으로 생긴 헛꽃을 붙잡으려 애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잠시

가던 길을 멈춰 보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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