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와 '노장사상'

살며 생각하며

by 송면규 칼럼니스트

'사마천'은 기원전 145년에 태어나 중국에서 '사기'를 쓰면서 활동했던 사람이고, '노자'는 춘추시대의 사상가이자 도가의 창시자로 도덕경을 남겼으며 '장자'는 송나라 몽 출신으로 도가의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1999년 경부터 한때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사상이 '노장사상' 아닐까 싶다. 노장사상에 관한 책들을 깊이 들여다보면 대단히 냉소적이라는 걸 알 수 있는데 그것은 현실을 벗어나 사회를 비판하는 경향 때문 아닐까 생각해 본다.


사람들은 흔히 권력자를 조롱하고 독설을 퍼붓는 내용에 마음껏 비웃고 통쾌함을 맛보기도 한다. 그래서 현대인에게 노장사상은 땀 흘리고 난 뒤 마시는 시원한 맥주 같은 청량제 역할을 해 주지 않을까 싶다.


반면에 사마천의 사기는 인간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어 철저하게 현실적이라고 생각된다. 등장하는 인물 또한 권력자나 제왕뿐만 아니라 깡패, 자객도 있고 심지어 코미디언, 동성애자 등 온갖 부류의 군상을 총망라하고 있다.


노장사상과 비교한다면 '노장사상'을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소주잔 기울이며 세상을 비웃고 욕하는 럭셔리한 유람선"같다고 한다면 '사기'는 "온갖 잡동사니와 시정잡배가 모인 잡화선" 같다 . 당연히 가고자 하는 종착지도 다르다.


노장사상은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 닿으므로 외롭고 고독하기 때문에 다시 현실로 돌아가야만 한다. 반면에 사기는 보물섬에 닻을 내린다. 인간의 본질, 세상인심을 비롯한 인간 세상 전반을 아우르는 통찰력이라는 보물을 얻으면서 인간과 세태의 추악한 면도 접하게 된다.


사기가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해피엔드 멜로드라마가 아닌 이유이기도 하다. 즉 생로병사라는 인간의 한계와 기쁨, 슬픔, 기대, 원망, 사랑, 질투, 분노, 후회, 회한 같은 복잡한 감정의 한 면도 놓치지 않는 이야기가 사기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사기는 "본기, 표, 서, 세가, 열전"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삼국지와 더불어 한번쯤은 반드시 읽어야 하는 고전임을 참고하면서 사기 130권 중 절반이 넘는 분량(70권)을 열전이 차지하고 있는데 읽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사기를 읽는 첫 번째 이유는 언급했듯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두 번째는 진한 감동이 있고, 세 번째는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진퇴의 지혜'가 있고, 네 번째는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 있다.


다섯 번째는 능력과 재능은 있지만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여섯 번째는 참된 복수관이, 일곱 번째는 다양한 인물을 만날 수 있고, 여덟 번째는 미신을 철저하게 부정하는데 이것은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방식이 근대적이 때문 아닐까 싶다.


아홉 번째는 실용적이면서도 윤리적인 경제관이 잘 드러나 있고, 열 번째는 세태에 대한 통렬한 풍자가, 열한 번째는 인간의 천재성과 창의력을 오롯이 맛볼 수 있다.


열두 번째는 사기를 읽지 않으면 중국을 알 수 없고, 마지막으로 열세 번째는 만약 사기가 없었다면 중국 역사에 큰 공백이 생길 뻔했으며 사기에는 인간 사마천의 기구한 삶과 인간 승리의 드라마 같은 삶이 녹아 있는 것 같다.


사마천의 일생은 너무도 기구했다. 한무제에 의해 남성을 제거당하는 '궁형'이라는 치욕을 겪었는데 아무리 봉건시대임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치욕 중의 치욕 아니었을까 싶다.


그래서일까?중국 근대의 석학이자 계몽사상가인 량치차오는 사마천을 "역사학계의 태조대왕"이라 칭송하면서 "역사학의 조물주"라며 극찬하고 있다.


사마천은 꼬집으며 말한다. "보통 사람은 자기보다 열 배의 부자에 대해서는 욕을 하고, 백 배가 되면 무서워하고, 천 배가 되면 그 사람 일을 해주고, 만 배가 되면 그 사람의 노예가 된다"라고.


아이러니한 것은 무지막지한 궁형이라는 형벌을 사마천 스스로 선택했다고 하는데, 그는 왜 그랬을까?오늘(일요일) 사마천을 만나기 위한 여행을 한번 떠나보면 어떨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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