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다만 참는 걸까

살며 생각하며

by 송면규 칼럼니스트

조깅을 마치고 한강변을 산책하면서 심심풀이로 유튜브 이곳저곳을 눈팅하다 우연찮게 오은영 박사의 "금쪽상담소"에서 '빅마마' 이혜정 씨가 멋지게 꾸미고 상담하는 내용에 시선이 멈췄다.


외향의 멋스러움보다 그녀가 힘들게 결혼 생활을 지탱해 온 아련한 내용인 것 같아서 재미있다기보다 연민의 정을 느끼게 한다. 스스로 "말 잘한다"라고 하는 그녀가 가끔씩 눈물을 찧는 대목에서는 마음이 같이 아프다.


방송국에서 시청률 제고 등을 감안해서 설정한 부분도 꽤 있겠지만 생각보다 많이 힘들었을 것 같은 빅마마의 고된 시집살이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찡하게 할 것 같다.


당시의 시대적인 상황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참고 견디기 힘들었을 것 같은 역대급 시집살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그렇다면 이 고된 시집살이 문턱을 허벅지를 꼬집고 인내하면서 넘었다고 하는 빅마마를 "응원해야 할까? 아니면 왜 그런 삶을 참고 살았느냐 핀잔해야 할까?" 헷갈린다.


빅마마는 결혼식장에 들어가는 자신을 향해 "인생은 참는 거다, 참다 참다 안되면 견디는 거다, 견디다 견디다 안되면 버티는 거다"라고 말했다는 부모 말씀을 가슴에 새기면서 "힘든 시집살이를 버텨냈다" 술회하고 있다.


시집가는 딸에게 모진 말을 한 부모가 원망스러웠을 것 같은데, 부모에 대한 원망이 없는 걸 보면 본가에서의 삶도 그리 마음 편하지 않은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그녀의 주장에 의하면 부잣집 딸이었기 때문에 더 심한 시집살이를 한 것 같다고 한다.


빅마마가 겪었다는 시집살이가 요즘 같으면 어림없는 얘기 아닐까 싶다. '남존여비' 용어는 이미 오래전 얘기이며, 남편들이 밥하고 설거지하는 건 당연한 시대에 살고 있으니 말이다.


오래전 일이다. 식사 후 소파에 앉아 쉬고 있는 필자를 향해 "당신, 삼성 이건희 보다 돈 많이 버냐" 묻길래 '아니' 했더니 "이건희도 집에 오면 앞치마 두르고 설거지한다"는 말에 지금까지 가끔 밥하고 설거지도 하면서 살고 있다. 이게 요즘 남자들 삶 아닐까 싶다.


자신이 다른 누군가에 의해 지배당하면서 그리고 희생하며 살아간다는 건 정말 고통스럽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단 한 번뿐인 자신의 삶을 억눌려 보낸다는 건 불행 중 가장 큰 불행 아닐까 싶다.


세월이 흐른 뒤 "00 때문에 내 인생이 망가졌어" 이런 식의 푸념은 "인생 패배자의 자기 독백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자존감 있는 자기 주도적인 삶을 응원하고 싶다.


현시대를 살고 있음에 감사하면서 당당한 삶을 살았으면 한다. 그래서 훗날 죽음의 문턱에서 "너, 정말 멋지게 살았어" 스스로에게 칭찬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이상적 현실주의 vs 현실적 이상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