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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면규 칼럼니스트 Nov 28. 2024

악의 평범성

살며 생각하며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은 독일의 철학자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가 제시한 중요한 사상으로, 특정한 악행이 극단적이고 괴물 같은 존재가 아닌,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이 행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리고 이 개념은 인간의 도덕적 책임과 집단 속에서의 개인의 역할을 깊이 성찰하게 한다.


첫째, 기원의 배경

이 개념은 한나 아렌트가 1963년 "예루살렘의 아이히만(Eichmann in Jerusalem: A Report on the Banality of Evil)"에서 처음으로 논의됐다.


아렌트는 나치 전범 재판을 관찰하며, 아돌프 아이히만이라는 인물이 '악마적'이라기보다 평범하고 순응적인 관료에 불과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아이히만은 유대인 학살 (홀로코스트)을 조직적으로 수행한 인물이었지만, 그러한 자신을 "단지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고 주장하며 도덕적 책임을 회피했다.


둘째, 악의 평범성의 핵심

1) 비인간적인 명령에의 무비판적 순응

"악의 평범성"은 악행이 특별한 증오나 잔인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맹목적인 복종과 책임 회피로부터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많은 사람들은 명령이나 시스템에 순응하며 스스로의 도덕적 판단을 배제하고, 그로 인해 거대한 악의 일부가 될 수 있다.


2) 도덕적 무감각

악의 평범성은 공감의 결여와 도덕적 무감각에서 비롯된다.


개인은 "내 역할"에만 집중하며,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미칠 영향을 고민하지 않는다.


2) 비판적 사고의 결여

악행은 종종 명령을 비판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그대로 따르는 태도에서 발생한다.


아렌트는 아이히만이 "생각하지 않음" 때문에 악을 저질렀다고 분석했다. 이는 무지가 아니라 도덕적 책임을 외면하는 태도를 말한다.


셋째, 악의 평범성이 주는 교훈

1) 평범한 사람도 악을 저지를 수 있다.

악을 행하는 사람들은 특별히 잔혹하거나 괴물이 아닌 경우가 많다. 평범하고 일상적인 모습으로 우리 곁에 있을 수 있다.


2) 개인의 책임과 도덕적 성찰의 중요성

사회적 명령이나 체제에 복종하더라도, 개인은 도덕적 판단을 통해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단지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는 변명은 도덕적 책임을 면제해주지 않는다.


3) 비판적 사고와 공감의 필요성

악의 평범성은 도덕적 판단을 외면한 무비판적 태도가 얼마나 큰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지 경고한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체제와 명령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다른 이들의 고통에 공감하려 노력해야 한다.


넷째, 현대적 적용

"악의 평범성"은 나치 시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오늘날에도 대규모 인권 침해, 집단 폭력, 또는 일상 속의 부당함에 무관심한 태도에서 이를 발견할 수 있다.


직장에서 부당한 일을 묵인하거나, 사회적 불평등에 무감각한 태도를 보이는 것 또한 "작은 평범한 악"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우리가 자신의 행동과 결정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항상 성찰해야 한다는 경고를 제공한다.


결론적으로, 악의 평범성은 악이 극단적인 상황에서만 발생하지 않으며, 평범한 사람들의 무비판적 태도와 도덕적 책임 회피로 인해 커다란 악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 개념은 우리가 개인의 도덕적 책임을 외면하지 않고, 비판적 사고와 공감을 통해 선한 방향으로 행동해야 함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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