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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면규 칼럼니스트 Jan 09. 2025

의지와 표상

살며 생각하며

"의지와 표상"(Die Welt als Wille und Vorstellung)은 독일 철학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의 철학적 저서 제목이자, 그의 사상 전체를 대표하는 핵심 개념이다.


이 책에서 쇼펜하우어는 칸트의 초월철학을 이어받아 세계와 인간 존재를 두 가지 관점에서 이해하려는 시도를 한다.


이를 좀 더 상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표상으로서의 세계

1. 개념

쇼펜하우어는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세계가 '표상'(Vorstellung), 즉 주관에 의해 구성된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칸트의 '현상'(Phenomenon) 개념과 유사한 데, 우리가 감각과 인식을 통해 보는 세계는 우리 의식 속에서 구성된 하나의 이미지일 뿐, '사물 자체'(Ding an sich)는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2. 특징

- 주관적 세계: 세계는 주체(관찰자)가 관찰하고 해석함으로써만 존재한다.


- 시간, 공간, 인과성: 이러한 표상은 시간, 공간, 인과성이라는 틀 안에서 형성되며, 이 틀은 인간의 인식 구조로 인해 나타난다. 따라서 우리가 보는 세계는 '주관적'이고, 객관적 실재와는 다를 수 있다.


둘째, 의지로서의 세계

1. 개념

- 표상의 배후에 있는 근원적 실재, 즉 칸트의 "사물 자체"에 해당하는 것을 쇼펜하우워는 '의지'(Wolle)라고 부른다.


- 이 의지는 단순히 인간의 욕망이나 의지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와 만물을 근원적으로 움직이는 맹목적이고 비합리적인 힘을 뜻한다.


2. 특징

- 맹목적이고 끝없는 동력: 의지는 논리나 이성으로 설명되지 않는 욕망과 갈망의 형태로 존재한다. 이는 자연계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에서도 끊임없이 드러난다.


- 고통의 원천: 인간의 욕망(의지) 은 항상 결핍에서 출발하며, 충족되지 않으면 고통을, 충족되면 새로운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따라서 의지는 고통의 근원이다.


셋째, "의지와 표상"의 관계

쇼펜하우어는 세계를 표상과 의지라는 이중적 차원으로 설명하려 했다.


1. 표상

우리가 세계를 경험하는 방식, 즉 외적인 현상


2. 의지

그  표상의 근원적 동력, 즉 내재적 실재


쉽게 말해, 표상한 의지가 나타나는 방식이고, 의지는 세계의 본질이다. 표상은 이해 가능하지만, 의지는 직관적으로만 파악될 수 다.


넷째, 인간 삶에 대한 함의

1. 고통의 필연성

의지는 끝없는 욕망의 본질을 가지므로, 삶은 본질적으로 고통스럽다. 만족은 일시적이며, 새로운 욕망이 곧이어 나타난다.


삶은 마치 "기나긴 고통의 연속"과 같으며, 쇼펜하우어는 이를 극도로 비관적으로 보았다.


2. 예술과 윤리적 해방

그러나 이러한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그는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 예술: 특히 음악은 의지를 직접적으로 표현하며, 인간이 의지의 고통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도록 돋는 매개체이다.


- 금욕: 의지를 부정하거나 욕망을 억제함으로써 고통의 근원을 끊으려는 삶의 태도


- 연민: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개인적 욕망을 넘어서 보편적 윤리적 삶을 추구함


다섯째, 현대적 해석과 영향

쇼펜하우어의 사상은 이후 니체, 프로이트, 불교 철학 그리고 실존주의 등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그의 의지 개념은 니체의 "힘에의 의지"나 프로이트의 '리비도' 개념과 연결된다.


- 또한 그의 비관주의는 동양의 불교 사상과 공명하며, 욕망과 고통의 관계에 대한 철학적 이해를 더 깊게 만들어준다.


요약하면,

표상: 세계는 우리의 의식이 구성한 주관적 현상


의지: 세계의 근원적이고 맹목적인 동력


삶의 본질: 의지의 끝없는 욕망으로 인해 고통이 필연적


해방의 길: 예술, 금욕, 연민을 통해 의지의 굴레를 넘어서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쇼펜하우어의 철학은 인간 존재와 세계에 대한 심오한 통찰을 제공하며, 특히 삶의 고통에 대한 깊은 이해와 그 극복 방안을 모색하는 데 초점을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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