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송면규 칼럼니스트
Jan 03. 2025
삼국지를 읽다 보면 '조조'가 자식들한테 자신을 암살하려 했던 자객이 도망친 걸 두고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지 묻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자 둘째 아들이 성문을 봉쇄하교 이 잡듯이 성을 뒤져야 한다. 셋째 아들은 방을 붙이고 막대한 현상금을 걸어야 한다. 큰 아들은 동생들 말이 맞다고 대답한다.
그러자 어린 막내(조충)가 "성문을 활짝 열고 도망치게 해야 한다. 이제 와서 자객을 죽여 봤자 아무 소용없다. 지금 자객을 잡아서 뭐 하겠는가" 하면서 차라리 조조가 건재하다는 걸 상대 진영에 알려서 겁을 줘야 한다고 말한다.
이때 조조가 한 말, "분노하지 마라. 분노는 지혜를 가둔다. 그리고 적을 증오해서는 안된다. 증오는 판단을 흐리게 한다. 적을 증오하지 말고 차라리 적을 이용해야 한다"라고 설명한다.
"분노는 지혜를 가둔다"라는 글귀는 감정, 특히 분노가 우리의 이성적 사고나 현명한 판단력을 방해할 수 있다는 뜻이다. 명언이 아닌가 싶다.
아울러, 이 문구는 감정의 강렬함이 우리를 이성적으로 사고하거나 문제를 냉정히 해결하는 데 필요한 지혜를 억누른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그 의미를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면 다음과 같지 않을까 싶다.
첫째, 분노는 판단을 흐리게 함
분노 상태에서는 감정이 우선시 되며 이로 인해 논리적인 사고를 하거나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가 어려워진다. 결과적으로 현명한 결정이나 행동보다는 충동적인 반응이 나오기 쉽다.
2. 지혜와 냉철함의 필요성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데 있어 지혜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분노는 이러한 지혜를 발휘하지 못하게 만들고, 상황을 더 악화시킬 가능성을 높인다.
셋째, 감정 조절의 중요성
이 문구는 우리가 감정을 다스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암시한다. 분노를 다스리고 이성을 유지할 수 있다면 더 현명하고 효과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분노와 관련된 관련된 속담이나 표현을 잠시 소개해 본다.
1. 서양에서는 "화가 나면 열을 세고, 아주 화가 나면 백을 세라(Count to ten when you're angry and to a hundred when you're very angry)"라는 말이 있다. 이는 분노가 우리의 판단을 흐리지 않도록 시간을 두고 진정하라는 조언이다.
한국 속담으로는 "홧김에 내뱉는 말에 두고두고 후회한다"는 표현이 맥락을 공유하지 않을까 싶다.
결국, 이 문구는 분노가 가져오는 부정적 영향을 경계하며, 감정을 통제함으로써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음을 알려주는 지혜로운 충고라 할 수 있다.
삼국지를 읽을 때마다 적어도 한 개의 교훈적 문구는 마음에 새길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자주 삼국지를 펼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이 여섯 번 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