斷想(29)
첫 직장이 광고 회사의 SP(세일즈 프로모션)부서였다.
당시 팀장은 거래처를 방문할 때 500원짜리 주택 복권을 미리 구입해 두었다가 헤어질
때 지갑에서 슬쩍 꺼내어 상대에게 내밀곤 하였다.
갑작스런 조품(粗品)에 상대는 손사래 치며 당황해 하면서도 웃으면서 모두 받았다.
천박한 물욕적 행동을 팀장이 하고 있다고 속으로 경멸까지 했다.
하지만 복권 선물은 적은 돈으로 상대에게 한 주간 행복한 꿈을 꿀 수 있도록, 요즘
말로 가성비 최고의 선물을 하는 것이라는 팀장의 이야기를 어느 술 마시는 날 듣고
고개를 끄덕인 적이 있었다.
로또 광풍이 심하게 불어온, 너도 나도 인생 역전의 희망을 꿈꿀 수 있는 그런 시기에도
마음이 가지 않아 복권 판매소 출입문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은퇴한 요즘은 자주 그곳을 찾는다.
천원과 교환한 즐거운 상상의 단물을 한 주간 맛있게 빨 수 있기 때문이다.
가성비 최고의 선물을 한 주간 내게 하였다는 생각으로 판매소를 즐겁게 들랑 거린다.
한 번도 당첨된 적은 없었지만 행복한 꿈꾸기를 1년째 계속하고 있다.
복권 명당을 찾아 전국을 순회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뉴스를 가끔 접한다.
유동 인구가 많은 대로변의 복권 판매소는 1등 당첨자가 있었음을 현수막에 내 걸고
호객한다.
너무나도 감미로운 문구에 줄이 더 길어진다.
복권을 많이 판 판매소에서 1등 당첨자가 나올 확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구매한 복권이 당첨될 확률과 복권 명당과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지만
연약한 우리의 마음은 복권 명당임을 위풍당당하게 내건 현수막에 쉽게 현혹된다.
복권 명당을 찾아다니며 당첨의 행복을 꿈꾼다.
불황의 여파로 서민들 지갑이 자주 열려 년 4조원이나 되는 복권 유통시장을 만들었다.
팍팍한 서민들의 삶에 로또는 작은 비용으로 쉽게 살 수 있는 희망의 각성제이다.
하지만 그 약효가 불과 3개월밖에 안 된다고 하버드대 댄 길버트(Dan Gilbert)교수가
복권 당첨자들을 대상으로 연구 후 주장했다.
엄청난 돈을 은행에서 이체받아도 3개월이 지나면 그 행복이 사그라진다는 이야기다
유한한 단기적 쾌락을 만난다 하더라도 난 한 주간의 꿈꾸기를 멈출 생각은 없다.
비록 천원과 교환한 건조한 희망이지만 시간의 공백을 메꿔주는 소소한 기쁨을 내게
선물하고 싶다
한 주간 마음속에 줄을 치고 그 팽팽한 튕김을 온전히 즐기고 싶다
잡초처럼 마구 자라나는 욕망의 바다에서 건강한 꿈꾸기 훈련으로 마음의 요동을
제어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