斷想(30)
은퇴하고 나면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시간의 파고에 밀려 산을 오른다
구박받는 삼식이에서 벋어나기 위해 가방을 챙겨 일찍 집을 나온다.
교육 유목민이 되어 여기 저기 기웃거리며 설탕이 듬뿍 뿌려진 말랑 말랑한
배움의 즐거움에 도끼자루 썩는줄 모른다.
입에서 단내가 나고 과로사 할것 같은 분주한 하루를 보낸다.
과연 온당하게 우린 잘 살고 있는 것일까?
교육 유목민으로 배움에 경도되어 있는 시니어들에게 철학가 최진석은
어느 강연에서 "배움을 가볍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도전적인 충고를 했다.
배우는 것이 최고의 선이요, 그것을 신성시 해온 우리의 배움 숭배에 경종을
울리는 외침이다.
그는 "배우는 목적은 글로, 말로 자신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고 또 세상 이치를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나 배우는 행위, 배우는 형식에만 집중하면 거기에 함몰되어
자기를 주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거세되어 버리기 때문에 배우는 것을
가벼이 하라"고 했다.
가벼운 습자지 지식, 내입에 딱 맞는 달달한 지식을 배우러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것은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이 허구임을 증명한다.
생각없이 배우는 지식에는 가르치는 사람의 길이 있을 뿐 나의 길은 없다.
나의 길은 오직 나에게만 있고 나만이 그 길을 만들 수 있음을 잊지 말자.
배우는 것은 자신의 고유함, 정체성을 찾고 세상에서 그것을 실현해야
진정으로 완성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