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사에서 _ 최영미

월요시인(1)

by 묵향정원


선운사에서 - 최영미


선운사 동백꽃은 많은 시인들이 좋하하는 시제(詩題)다.

성서로운 불도량의 입구에서 이브를 유혹했던 뱀의 붉은

혓바닥 처럼 뜨겁게 피어나는 동백꽃.

조춘의 봄 햇살 맞으며 더디게 피다 찰라의 순간에 지고 마는

그 처절함에 모두들 마음을 뺏기고 만다.


연식이 좀 된 사람들은 탁주 한잔을 걸치고 미당(서정주)의

선운사 동구(禪雲寺 洞口)를 읇조리며 순식간에 왔다 가는

봄날을 애닯아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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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 동구(禪雲寺 洞口)

선운사 골짜기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안했고

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상기도 남었습니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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