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시골 살이, 챕터 1의 끝자락

퇴사 후 동남아 해외살이

by Indah




적응에서 성장을 거쳐, 이제는 새로운 시작!


지금 사는 곳은 수도에서

차로 한 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소도시다.

한국의 공단 같은 곳이라 회사와 공장이 많아

외국인 거주 비율이 높다.


하지만 몰랐다.

수도와 떨어져 있는 도시라는 이유로

이렇게까지 인프라가 부족할 줄은!


한국도 수도인 서울에

일자리나 주요 상권이 많긴 하지만

그렇다고 한 시간 떨어진 수도권 지역이라 해서

서울만큼 못 누리고 사는 건 아니다.


반면 이곳은 수도에 모든 것이 몰려있다.

수도가 아니고서는 외국인이 살기에

교육, 병원, 마트, 문화생활, 상권 등 아쉬움이 많다.

그만큼 도시 격차가 매우 크다.


이런 이유로 교통체증이 전 세계 탑 5에 드는 나라이지만 가족들은 수도에 거주하고 남자들이 출퇴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외국 나가서 산다는 게 어디든 적응할 땐 힘들겠지만

도시별 난이도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적응도 못한 시기에 아이까지 낳아서 첫 시작을 하다 보니 여기 사는 4년 동안 눈물도 참 많이 흘렸다.


한창 육아가 힘들던 돌부터 두 돌 사이 즈음, 쾌적한 야외공원나 놀이터도 없고, 가까운 곳에 몰도 생기기 전이라 아이 데리고 나갈 곳이 없어 마트에서 장 보는 것이 외출의 전부였다.


아이가 아파 한인병원이라도 가려하면 왕복 두 시간은 기본이었던 집이 감옥 같았던 2년여의 시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사 가지 않고 참아야 했던 이유는 많았지만, 이사라도 가서 환경을 바꿔볼 이유는 감정적 이유라 생각하고 버텼다. 내 감정만 잘 추스르면 모든 구색이 잘 갖춰진다고 생각했다.


한국에서 육아하며 사는 것도 쉽지 않으니까 한국에 있는 친구들 중 동남아 사는 것을 막연하게 편하고 여유로울 것이라 생각하는 친구들도 있다.


경험하지 않으면 모르는 것들이라 하나하나 설명하기도 그렇고 좋은 소리도 아닌데 투정 부리는 것 같아 속 편히 누구한테 말할 수도 없었다.


여기서 일하는 남편도 일을 하러 밖으로 나간다 뿐이지 나와 다를게 뭐가 있나 싶어 참고 참다 터져 나오기도 했지만 힘든 감정에 대해 매번 이야기하는 것도 서로 지치는 일이다.


평화로움과 위기를 수 백번 반복하다 얼마 전 큰 결심을 했다.


사실 아이의 교육 시기에 맞춰진 기가 막힌 타이밍이긴 하다. 지금 살고 있는 동네 생활을 마무리하고 수도 자카르타로 이사하기로 했다.


결국 이곳에서 딱 만 36개월까지의 가정보육을 끝맺고 간다. 그 이상은 아이에게도 아닌 것 같아서 내린 결정이다.


이곳의 고충에 대한 이야기만 했지만,

사실 결과적으로 보면 얻은 것이 더 많다.


극단적인 환경 변화에서

갈 곳 없고 할 것 없으니

살면서 이렇게까지 절약하고 저축해 본 적이 있던가?

만날 사람이 없으니

술 마시고 놀 시간에 책도 읽고 운동도 했다.

집에만 있다 보니

미치지 않으려면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 공부도 했다.


우리 가정으로 보나, 나 자신으로 보나

좋은 방향으로 한 뼘 성장한 것만큼은 확실하다.


사람은 희망을 보고 사는 게 맞는 것 같다.

좋은 환경에서 덜 좋은 환경으로 가면 그것도 힘든 건데 미리 세게 겪고 더 좋은 환경으로 가는 것이니

한국은 아니지만 작은 것 하나에 얼마나 감사할까!


내가 지금 까지 경험한 인도네시아 생활은

이 작은 동네가 거의 전부라서

자카르타에서의 챕터2는 또 하나의 도전이다.

걱정 반, 설렘 반으로 싱숭생숭한 요즘이다.


아무리 좋은 곳으로 간다 한들,

살다 보면 그곳에 익숙해지고 생각지 못했던 불만도 생길게 뻔하지만. 세상에 모든 걸 만족할만한 유토피아는 없다는 것만 인정하고 살면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든 적응하고 살아지는 것 같다.


회사와 같은 안전한 방어막 없이 개인이 왔을 때에는

’ 여기까지 왔는데 ‘ 하는 무거운 돌덩이를 마음속에 하나 얹고 살게 된다.

여기까지 와서 사는데

이렇게 돈 쓸 거였으면 한국에 살지

여기서 만족할 거였으면 한국에서 살았지 등등..


이래저래 부담이었는데 아이의 교육과 우리의 장기적 목표를 위해 과감히 환경을 바꿔보기로 했다.


우리에게 챕터 1은 ‘적응과 성장’ (눈물이 마르지 않는..)이었지만 다가올 챕터 2는 ‘도전과 확장’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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