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해외살이 일상
생활비보다 더 큰 ‘육아비용’의 현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만 해도 육아 비용은 남의 이야기였다. 아이가 없던 때에는 국제학교가 무엇인지, 왜 학교 근처에 살아야 하는지도 몰랐다.
막상 아이를 낳아 키워보니 생활비를 아무리 아껴도
결국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육아비용'이었다.
아이에게 제일 좋고 안전한 걸 주고 싶은 마음은 어디서나 같지만 이곳에서는 한국보다는 쉽지만은 않다.
아기 용품은 대부분 수입품이라서 비싸다. 분유, 물티슈, 세제 등 한국보다 두 세배는 더 주고 샀다. 현지 제품이 더 저렴하긴 하지만 아이가 어릴수록 익숙하고 믿을 수 있는 걸 고르게 된다.
그래서 가능하면 오래 쓰지 않는 물건은 물려받고, 한국에 갈 때마다 조금씩 사 온다. 결국 육아는 가격이 아니라 신뢰를 사는 일이다.
의료비도 만만치 않다. 보험이 없으니 예방접종 몇 개만 해도 원화 20-30만 원은 기본이다.
현지 병원도 있지만 이곳 생활이 익숙하지 않은 초보 엄마가 가장 마음 편히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한인 병원이었기 때문이다.
먹이고 생활하는 것은 한국이든 이곳이든 한국 엄마의 선택지는 비슷하지만 교육 관련한 비용은 그렇지가 않다.
아이 유치원 입학을 위해 수도 자카르타로 이사를 결정하고 난 후 이곳 현실이 보였다.
국제학교와 현지학교, 내셔널인지 인터내셔널인지에 따라 비용차이가 컸고 차가 필수인 이곳에서 학교를 먼저 정하고 그 근처에 집을 구하는 것이 순서다.
교통체증이 심해서 아침 등하원이 전쟁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어릴수록 학교 가까이 살아야 하는데 선호하는 학교들의 학비, 그 근처 집세, 라이딩할 차나 기사 등
기본적으로 세팅해야 하는 비용이 있었다.
한편으로는 한국의 유명 영어유치원을 보낸다거나 미국, 영국, 호주와 같은 나라에 살면서 드는 비용과 비교하면 이곳의 국제학교는 오히려 가성비 있는 선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결국 부모의 현재 상황을 고려한 선택인 것이다.
우리가 유치원을 고르는 기준은 단순했다. ‘즐겁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아이가 다닐 수 있는 곳'.
그에 맞는 학교를 선택했고 지금보다 저축률은 좀 더 줄겠지만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집과 학교를 결정했다.
인프라가 좋은 수도가 아닌 외곽 소도시에서 3년간 육아하면서 ‘한국이었다면 아이가 더 다양한 활동을 하고 또래 친구들과도 어울렸을 텐데.. 어린이집도 다닐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하지만 돌아보니 아이는 생각보다 강했고 부모의 조급함이 무색하게 주어진 환경 안에서 잘 자라준다는 걸 알게 되었다.
3년 동안 대부분 집에서만 지냈어도 시기가 되면 그 시기에 맞게 잘 자라주는 걸 보면서 깨달았다.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서 부모가 흔들리지 않는 소신을 가지고 키우는 것이 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부모가 리더가 되어 아이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키운다면 어떤 환경에서든 가정의 울타리 안에서 아이는 잘 자랄 것이다.
이제 유치원을 보내고 학부모가 되면 진짜 육아는 지금부터가 아닐까 싶다. 기저귀와 분유는 무엇을 사고 무엇을 먹이고는 오히려 쉬운 단계였을 것이다.
이곳에서도 각자의 상황에 맞는 학교와 생활방식을 찾아간다. 선택지는 적지만, 또 의외로 많다.
한국과는 조금 다른 환경에서 키우고 있다 보니 혹시 아이한테 한국에서 자랄 수 있는 환경의 기회를 빼앗는 건 아닐까 생각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기준을 가지고 한 선택을 믿고 가보려 한다. 아이는 그 안에서 적응하고 잘 자랄 것이다.
세계 어디에나 학군지가 존재하는 이유는 같다. 가장 양보하기 어려운 게 바로 육아비용이기 때문이다. 아이를 낳아서 키워봐야 비로소 보이는 세상이 있었다.
오늘도 정신적인, 경제적인 비용을 치르며
이곳에서 천천히 부모로 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