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살이의 현실, 물가 이야기 마무리 - 선택

동남아 해외살이 일상

by Indah



물가보다 중요한 건 태도와 선택


보통 동남아는 한국보다 물가가 져렴하다고들 한다.


하지만 실제로 살아보면, 한국인이 한국인처럼 사는 것이 그렇지만도 않다.


이곳에는 현지 문화와 생활 방식이 있고, 그 기준과 다르게 살면 그만큼의 비용을 치르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주거비, 의료비, 학비처럼 큰 비용을 합산해 보면 한국에서 생활하는 평균적인 비용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게 결론이다.


그럼에도 이곳의 확실한 장점이 있다. 바로 인건비다. 한국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시간을 살 수 있다.


지역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한국의 인건비보다 최대 '0'하나가 빠진 금액도 가능하다.


육아하는 가정이라면 특히 체감이 크다.

집안일을 도와주는 사람, 아이를 잠시 맡아주는 사람 등 이런 도움은 이곳 생활을 버틸 만하게 하는 이유 중 하나일지 모른다.


나 역시 가사와 육아에서 도움을 받는 시간에 우리 가족을 위해 더 건강한 식사를 준비할 수 있었고, 아이와 놀아주는 시간에도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엄마인 나도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


나의 일, 인간관계, 나갈 수 있는 곳 등 모든 게 제한적이고 고립감마저 드는 이곳에서 집에서 만큼은 나를 위한 밥을 차릴 수 있고 내가 하고 싶고 도전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버팀목이었다.


초반에 남편이 일을 막 시작해서 바빴던 시기에 아이도 어렸고 나도 모든 게 처음이었지만 가사와 육아를 조금이라도 도와주는 사람이 있었기에 남편은 일에 집중할 수 있었고 나는 엄마로서 숨 쉴 틈을 가질 수 있었다.


이것이 진정 돈으로 시간과 편리함을 사는 것이구나 하고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편리함에도 한계가 있다.

이런 도움에만 의존하며 살다 보면 그만큼 끝없이 비용을 치르며 살아야 한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을 잃어버리는 순간 이곳 삶은 점점 더 팍팍해진다.


짧지만 4년 동안 느낀 건, 싸냐 비싸냐 보다 여기서도 어떤 기준을 가지고 사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국보다 좀 더 여유로운 환경이지만 남들 하는 대로 다 누리려고 하면 남는 건 소비밖에 없다.


당연한 말이지만, 한국인은 한국에서 사는 게 편하다. 타국에서 살면 불편함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 먼 곳에서 살기로 선택했다면 한 번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분명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처음에는 몰라서 낭비한 비용도 있었고, 알고 나니 아낄 수 있는 비용도 있었다.


그 과정을 통해 배우는 것이 이곳에서 롱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아직 동남아 4년 차 초보자다.

여전히 새롭게 배우는 것이 많고, 익숙해지지 않는 순간들도 있다.


몇 년을 살았는가 보다는 '얼마나 주체적으로 살고 있느냐'가 비용을 결정한다는 것.


각자의 살아가는 태도에 따라 큰 비용을 치르며 살아야 할 수도 있고,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을 치를 수도 있는 것이 이곳 생활이다.


우리는 개인이 모든 걸 감당해야 하는 환경이다 보니 더 현실적으로 와닿는다.


처음과 비교하면 이만큼 적응해 온 것도 신기하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적어도 이곳에서 수동적으로 비용만 치르는 삶은 살고 싶지 않다.


의존하지 않고, 선택하며 나답게 성장하는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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