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해외살이 일상
같은 시대를 살지만 다른 시간 속 사람들
내가 살고 있는 인도네시아는 겉으로 보면 2025년을 살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한국의 과거 1970년대를 떠올리게 한다.
동남아에서 가장 큰 도시 중 하나인 자카르타는 최신 빌딩과 화려한 몰들 사이 항상 사람들로 북적이는 대도시의 모습이다.
하지만 그 뒤편에는 하루 일당으로 생계를 버티는 사람들이 있다.
같은 시대를 살고 있지만, 서로 다른 시간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해외살이에서 처음 마주한 현실의 간극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임금과 노동 환경.
얼마 전, 이런 사회적 구조 문제들이 쌓여 결국 대규모 시위까지 벌어졌다.
기본 주 6일, 하루 10시간 이상 일하지만 아직도 한국 대학생의 한 달 용돈보다 적은 월급을 받고 살아가는 이들이 많다.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저렴하다 보니 유모, 가사도우미, 기사와 같은 직업도 흔한 곳이다.
선택지가 없는 사람들
주로 이런 일을 직업으로 가지는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
삶에서 선택지가 많이 없다는 것.
대부분 시골에서 태어나 일자리를 찾기 위해 도시로 모여든다.
그마저도 작은 방조차 구할 여유가 없으면 어린 여자아이들은 남의 집에서 소위 '식모'일을 하며 살아가기도 한다.
인도네시아 젊은 세대의 고충에 관한 해외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는데, 가난의 악순환 중 하나로 '가족 부양'을 꼽는다.
실제로도 그렇다.
잠깐 함께 일했던 현지인들, 지금 우리 집에서 일하는 친구 모두 각자의 사정으로 부모님과 어린 형제들을 위해 매월 집으로 돈을 보내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학교 다닐 나이에 일을 하는 아이들
우리 집에 있는 친구도 그렇다.
한국의 중학생 나이에 학교를 그만두고 동생들 학비를 위해 식모살이를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 만났을 때가 고작 18살이었는데 우리집이 두 번째 일터였다.
이곳에서는 흔한 일이라서 어리긴 어리구나 싶었는데, 매달 월급 중 대부분을 부모님에게 송금하고 있다.
남의 집에서 일하는 것이 쉬운 것이 아닐 텐데 본인을 위한 최소한의 생계비만 남기고 부모님과 어린 형제들의 학비를 보태는 것이다.
형제들 중 어느 정도 자란 맞이들이 도시로 나가 남의 집 살림이나 공장일을 하면서 부모님과 어린 형제들을 부양하는 식이다.
1970년대에 한국의 가난했던 시절과 비슷하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이곳은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들과 과거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공존한다는 것.
누군가에게는 한 달 월급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날 한 끼 식사 비용일 수도 있는 현실.
한국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엄청난 빈부격차를 느낄 수 있다.
이곳의 오늘이 나에게 물어온 질문들
엄마 밥 먹고 학교 가는 것이 전부였던 나의 학창 시절을 떠올려 본다.
그 당시에는 불평불만도 있었지만 시야가 넓어지니 참 감사한 삶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임금이 낮고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하는 이들이 불행하다고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내가 옆에서 본모습은, 그 나이대의 소소한 낙을 즐기고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이었다.
일하느라 힘든 와중에 가족들 위하느라 본인을 위한 저축이나 다른 미래를 꿈꾸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일'을 빼고 사람 대 사람으로 보면 좋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에서의 '평균의 삶'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잠시 벗어나 다른 문화 속에 들어와 보니, 한숨 고르고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우리와는 다른 문화일 뿐
한국에서 벗어나 고작 다른 한 나라에서 몇 년째 살아갈 뿐인데, 이렇게 다름을 느낀다.
이곳 또한 젊은 사람들의 목소리로 인해 노동 환경이나 임금 등 점점 나아지고 있는 부분도 있다.
우리와는 조금 다른 모습의 삶이 내가 적응해야 하는 그들의 문화이자 사회 구조인 것이다.
어느 나라, 어떤 환경 속에 있던 본인에게 주어진 인생은 스스로 책임지며 살아가야 한다.
인생은 선택이라는데 선택지를 많이 가진 사람이 더 유리한 것 또한 현실인 듯하다.
늘 같은 환경 안에 있던 좁은 시야에서 한 층 더 넓어질 수 있다는 것이 해외에 나와 사는 장점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