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살이 성장 기록
환경이 단순해지자 루틴이 중심이 되었다.
언젠가부터 나를 괴롭히는 감정이 하나 있다.
하루하루가 챗바퀴처럼 돌아가는 느낌.
가정주부로, 육아하는 엄마로서의 삶은 때로는 지루할 정도로 똑같이 반복된다.
‘오늘 나는 뭘 했지?’
분명 하루 종일 분주했는데 모든 걸 끝마치고 잠자기 전 때때로 공허함이 밀려온다.
아침에 눈뜨면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운동, 공부로 채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오전 루틴을 지나 다시 간식과 점심을 챙기고 낮잠을 재운다. 이후 오후 산책, 저녁 식사, 목욕, 재우기까지.
단순한 요즘의 나의 일상이자, 아이를 낳은 후 3-4년간의 나의 삶의 대부분이다.
한국에서도 일상의 지루함은 있었지만 역할과 활동은 다양했다. 일을 했고, 아이가 없었기에 나에게 선택지가 많았다.
하지만 해외에서 육아 중심의 삶을 살다 보니 ‘루틴’이 하루의 중심이 되었다.
환경이 단순해지자 루틴이 없으면 시간은 무의미하게 흘러가 버렸다.
그래서 나만의 하루 루틴이 더 중요해졌다.
무엇하나 쉽지 않은 해외 살이, 대부분 집에서 보내는 하루는 몸은 바쁜데 마음은 비어 있는 날들이었다.
운동도 하고 공부도 하고 가족 건강도 챙기며 하루를 꽉 채워도 특별한 성취로 느껴지지 않는 순간들이 많다.
반복되는 날들 속에서 쌓이는 정서적 피로감.
‘내 삶은 이대로 끝인 건가 ‘ 하는 두려움.
한국은 기회가 많은 것이었다. 해외에서 ’ 엄마‘라는 이름까지 더해지니 정말 ’ 날것의 나‘ 와 마주해야 했다.
세상에 보탬이 될 재능이 없구나.. 하는 좌절감도 찾아왔다.
별것 아닌 일상의 루틴들이지만, 나는 스스로에게 묻곤 한다. ‘이렇게라도 안 하면, 나는 무엇으로 하루를 버틸까?‘
아무런 성취감도 없이 의미 없는 하루를 보내다 보면 내가 시들어갈 것 같았다.
그래서 시작한 나의 루틴들.
하루 20분 근력 운동, 하고 싶은 공부, 글쓰기, 건강한 레시피 늘리기 등
대단한 것이 아니어도 꾸준히 해서 몇 년간 습관으로 만든 것들이다.
그리고 몇 년을 해보니 깨달았다.
항상 의욕적일 수 없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들이 더 많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 지속 가능한 루틴‘이라는 것.
매일 지키는 작은 루틴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내 마음의 큰 저항 없이 꾸준히 이어지는 것들이다.
어제와 똑같아 보이는 하루 속에서도 조금씩 나아지는 부분들이 있다.
루틴을 만들고 나니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더 소중해지고 감정이 쌓일 때 숨 고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루틴은 나 스스로와 지키는 약속이자 나를 버티게 해 준 힘이었다.
이제는 안다.
삶은 특별한 날보다 지루함마저 느껴지는 평범한 날들이 훨씬 많다는 것.
그 평범한 하루를 감사하며 지켜낼 수 있는 사람이 강한 사람이라는 것.
수 없이 흔들리고 무너졌다 다시 일어나며 깨달았다.
루틴은 지루함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나를 단단하게 잡아주는 힘이었다는 것을.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을 생각하면 한숨만 나올 때도 많다.
하지만 결국 나를 쌓아가는 건 오늘의 나다.
오늘, 지금 이 순간의 내가 쌓아 올리는 작은 하루.
그렇게 모인 시간들은 결국 나를 성장시키고, 생각지도 못한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다.
적어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