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내야 하는 사람이 더 사정해야 하는 나라

동남아 해외살이 일상

by Indah



물론 모두 그런 건 아니지만


흔히 해외 나와 살다 보면 깨닫게 되는 것 중 하나가 있다. 바로 '한국에서는 너무나 당연했던 '정확하고 신속한 일처리'가 이곳에서는 당연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은행, 부동산 같은 중요한 업무부터 수리, 설치 같은 자잘한 일까지. 생활의 곳곳에서 '왜 돈을 내는 사람이 더 사정하고 기다려야 하지?' 싶은 순간들이 있다.


내가 여러 경험을 거쳐 내린 결론은 이렇다.


한국에서는 기본적으로 서비스 제공자에게 '의지, 열의, 절실함'이 있다. 그래서 대체로 정확하고 빠르게, 약속대로 진행된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그 공식이 통하지 않을 때가 있다.


'돈을 벌어야 하는 입장인데도 욕심이 없나?' 싶을 정도로 여유롭고, 때로는 무책임해 보이기도 한다.


단순히 한국인의 '빨리빨리' 하는 조급함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도무지 적응이 안 되는 순간들이 있다.


4년간 살면서 배운 교훈은,

선납은 절대 절대 신중할 것!

맡겨놓고 100% 믿지 말 것, 약간의 재촉과 확인은 필수!


환불이라는 개념이 약하기 때문에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


예를 들면, 인테리어 계약을 했을 때다.


금액, 완료 날짜가 기입된 계약서가 있지만 진행 중에 '페인트 살 돈이 없어서 못한다' 같은 생각지 못한 이유로 미루는 일이 있었다.


이번 이사할 때도 그랬다.


현지 업체와 한국 업체 여러 곳에 견적을 문의했는데 가장 빠르게 연락 오는 쪽은 한국 업체들이었다. 현지 업체는 다음날 오후에야 답이 오거나 소통 자체가 쉽지 않았다.


결국 여러 후기와 나의 경험의 촉을 종합해 조금 더 비싸더라도 한국 업체에 맡기기로 했다.


정확함과 책임감에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다.


물론 현지 업체라고 해서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며 이곳에도 한국인만큼이나 일 처리가 괜찮았던 곳들도 있었다.


다만 경험상 조심해야 할 확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여기서 오래 살아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이들에게 화를 내봤자 이들 기준에서는 나만 이상한 사람이라는 것'.


무엇인가 일이 잘못되면 다 내 잘못이고 확인 못한 내 책임이다.


나도 성격이 급한 편이라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문제가 생기면 그러려니 하며 차선책을 찾는 여유가 생겼다.


기대치를 낮추니 오히려 일이 착착 진행될 때 괜히 더 고맙고 기분이 좋다.


이 또한 이곳에서 배운 마음가짐이다.


하여튼 살면서 심심할 틈 없는 나라.

애증의 인도네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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