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해외살이 일상
작은 순간들 스스로 만들어가기
추운 겨울은 내키지 않지만 12월만큼은 예외다.
추운 날씨 속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연말 특유의 들뜬 분위와 감성이 있다.
해외에 나와 살다 보니 한국에서 특별했던 날들이면, 혼자 괜히 마음이 붕 뜨거나 이유 없이 가라앉을 때가 있다.
한국에서의 연말
초반에는 연말이 되면 특히 한국이 많이 그리웠다.
12월의 이벤트를 좋아하기도 했고, 계절도 정반대라 몰에서 트리를 봐도 느낌이 달랐다.
크리스마스와 연말 그다음 설연휴까지,
한국의 달력 일정에 맞추어 ‘지금쯤 한국은 어떨까’를 생각하며 공허할 때가 있다.
한국에 있을 때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어울리며 평범한 하루보다 조금 더 특별한 하루를 보냈던 것 같은데..
지금의 나는 그 모든 흐름에서 떨어져 있는 기분이었다.
더운 나라의 크리스마스&연말
이곳에서도 크리스마스가 되면 호텔이나 몰, 다이닝 등 사람이 많은 곳들은 데코와 이벤트를 한다.
자카르타는 대부분이 이슬람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지만,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는 듯하다.
겨울은 없는 곳이지만 우기는 있어서 화이트 크리스마스 대신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 내리는 연말을 보내고 있다.
연말은 이곳에서도 특별해서 카운트다운이 끝나면 곳곳에서 터지는 불꽃놀이가 장관이다.
처음에는 조용한 주택단지에서도 울려 퍼지는 폭죽 소리에 깜짝 놀랐지만, 이 나라 사람들은 불꽃놀이만큼은 정말 진심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올해는 아파트로 이사하면서 좀 더 편하게 도시의 불꽃놀이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소소한 행동
한국에 있을 때는 명절이든 연말이든 특별한 날에는 굳이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여기서는 내가 직접 찾아다니거나, 만들어가야 한다.
이사하면서 미루어두었던 트리를 하나 샀다. 아이도 산타의 존재를 알기 시작했고 집에서라도 소소하게 분위기를 내보고 싶었다.
이전에는 아이도 어려서 외출도 부담이었지만 아이도 어느 정도 컸고 가까운 곳에 갈 만한 곳들도 생겼다.
아이의 하루 리듬이 허락하는 한 가족 나들이도 하며 연말을 즐기려 한다.
작은 순간을 챙긴다는 것
해외살이는 환경도 나의 감정도 스스로 챙겨야 한다.
한국의 ‘명절 증후군’처럼 ‘특별함 날의 공허함’이 있다.
한때는 귀찮게 느껴졌던 명절조차 타지에서 살다 보니 아쉽게 느껴지기도 한다.
설날이면 떡국이라도 끓여 먹어야 할 것 같고, 크리스마스에는 케이크라도 불어야 할 것 같다.
이제는 부모의 입장이 되어서일지도 모른다. 직접 만들어주지 않으면 아이는 이런 기억을 경험하지 못할 테니까.
누군가는 별거 있나 싶은 날일 수 있지만, 나에게는 한국에 대한 그리움을 다독이는 시간이자 작은 책임감이 담긴 날들이다.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시간이 점점 빠르게 흐른다.
어느새 또 한 해가 끝나간다.
올 한 해가 어땠든, 모두 수고했다는 의미에서 특별한 날을 핑계 삼아 따뜻한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