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 집값은 ‘도로 위 시간’의 가격이다.

자카르타에서 학교 근처 집이 비싼 이유

by Indah



건물을 비집고 길이 들어선 도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는 교통체증으로 악명 높은 곳이다. 이는 단순히 차가 많아서 생긴 문제가 아니라, 도시의 탄생부터 누적된 구조적인 결함들이 지금의 교통체증을 만들어냈다.


네덜란드 식민지 시대 이후, 체계적인 도시 계획보다 건물과 거주지가 먼저 들어선 후 길이 틈새를 비집고 만들어지며 대체로 좁고 복잡한 도로망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반 침하로 인한 잦은 홍수 문제도 더해진다. 배수 시설의 한계로 도심 여기저기 물이 차오르면 평소 20분 거리도 한 시간이 넘게 걸리거나, 심하면 몇 시간을 차 안에 고립되어야 한다.


자카르타의 교통 체증은 도시 전체의 네트워크와 구조적 문제가 누적된 결과인 셈이다.



지도상의 거리는 무의미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곳에서는 학군이 주는 가치가 크다. 선호하는 학교 근처 집값이 유독 비싼 이유이기도 하다.


지도상의 물리적 거리는 가깝더라도 출퇴근 시간의 정체와 기상 변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체감 거리는 완전히 달라진다.


따라서 이곳에서는 각자의 상황에 맞춰 이동 거리의 우선순위를 따져 주거지를 정하는 것이 순서이다.


나 역시 자카르타의 교통 체증을 익히 들었던 터라, 아이의 학교를 가장 먼저 정하고 최대한 가까운 곳으로 주거지를 택했다. 어른이야 어떻게든 견딘다지만, 아이가 어릴수록 통학에 대한 부담감이 커진다.


신축 아파트에 상권이 갖춰져 있어도 학군이 멀면 주거 비용이 낮아지기도 하는 현상은, 자카르타의 집값이 '주거지의 편의' 뿐만 아니라 '도로 위 시간의 비용'이 더해져 있기 때문이다.



사바르(Sabar), 도로 위에서 배운 인내


물론 현지인이라고 스트레스가 없지는 않겠지만, 이들에게 교통체증은 '삶의 기본 값'에 가깝다. 도로 상황 때문에 약속에 늦는 것이 때로는 서로에게 당연한 양해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문화적 특성은 공간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아파트마다 입구에 드롭오프와 픽업을 위한 로비가 발달해 있고, 대형 쇼핑몰 지하 한편에 기사 전용 식당이 따로 존재하기도 하는 풍경은, 기사 고용 문화가 얼마나 이 사회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도로 위에서 사바르(Sabar, 인내)하는 그들의 태도는 통제할 수 없는 환경에서 분노하기보다 묵묵히 받아들이는 삶의 방식을 보여준다.



불편함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법


나는 시간 약속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도로 위의 많은 변수들이 여전히 나를 긴장하게 만든다. 하지만 살다 보니 불편함도 적응이 되어 간다.


길 위에서 버려지는 시간조차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자, 한 걸음 더 서두르고 미리 준비하는 습관이 생겼다.


통제 불가능한 환경 속에서 나만의 속도를 유지하고 살기 위해 기꺼이 '아침형 인간'이 되어간다. 가끔은 속이 타들어가고 지칠 때도 있지만, 불편함 속에서도 나만의 리듬을 찾아 적응해 가는 것이 이 도시에서 배운 현실적인 생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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