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의 몰링 문화, 사람들이 몰에 가는 이유

동남아 바깥 더위 속 몰(Mall)이 가지는 의미

by Indah




야외 활동이 부족한 도시에서

‘몰(Mall)'이 가지는 의미


대부분의 동남아 국가가 그렇듯 자카르타에서도 몰이 가지는 의미는 매우 크다. 이곳에서 몰링 문화는 단순히 '소비'가 아니라 도시 구조, 기후, 계층 구조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금융과 서비스업의 성장으로 해외 브랜드가 대거 유입되고, 중산층이 확대됨에 따라 자카르타에는 대형 몰들이 들어섰다.


숨 막히는 바깥 온도를 피해 몰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비로소 더위와 매연으로부터 해방된다. 좁고 중간중간 끊기는 위험한 인도가 아닌 시원하고 쾌적한 이곳은 자카르타의 '실내 도시'가 된다.



어쩌면 살아가는 생존 방식일 수 있다.


이곳에서 몰은 공원이자 도서관이고, 문화센터이자 광장의 역할을 대신한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몰은 가족을 위한 필수적인 문화 공간이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고 유모차를 안전하게 끌 수 있는 육아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주말 몰링은 거의 공식에 가깝다. 주말이면 몰 안의 놀이동산은 가족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소비 상위 계층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로컬 몰에서도 가족 단위로 모여 휴식을 취하거나, 직접 싸 온 도시락을 먹기도 하며 소풍 온 것처럼 즐기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이곳에서 몰은 핵심 상권이며, 인기 있는 몰을 중심으로 선호 주거지가 형성되기도 한다. 이곳에서 몰은 단순히 무엇을 사는 곳이 아니라 '시간을 보내는 곳'으로서의 의미가 더 크다. 쇼핑과 먹거리뿐만 아니라 이벤트, 전시, 체험과 같은 콘텐츠가 확실한 몰이 늘 수요가 몰린다.



몰에 있다 보면 보이는 양면성


몰은 이 사회의 계층을 보여주기도 한다. 상류층부터 로컬 소비층까지, 타깃에 따라 몰의 규모와 모습이 구분된다. 특히 외국인과 중산층 이상이 모이는 몰은 자카르타만의 묘한 아이러니를 마주하게 된다.


웬만한 주거지에 가사도우미를 위한 방이 따로 있을 만큼 고용이 일반적인 나라에서, 수백만 원짜리 최신형 로봇청소기 매장이 들어선 것을 보면, 저렴한 노동을 대체하는 값비싼 기계가 팔리는 역설이 한편으로 기이하기도 하다.


이곳 현지인들의 평균 시급이 5천 원이 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작은 컵 하나에 6천 원 정도 하는 아이스크림은 이 도시의 '격차'를 새삼 실감하게 한다.



몰링은 도시의 생활 그 자체이다.


이곳의 몰링 문화를 단순히 과시나 소비만으로 볼 수 없다. 각자 누리는 몰의 모습은 다를지라도, 여가 시간에 쾌적한 공간에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마음만큼은 모두가 같을 것이다.


어쩌면 무덥고 불쾌한 기후와 도시 환경 속에서 가족의 일상을 지켜내는 가장 효율적인 생활 방식이다.


이방인인 나에게도, 시급 5천 원 받는 현지인에게도 몰은 살 것이 있고 볼일이 있어야만 가는 곳이 아니다.


이 도시를 견디게 하는 휴식과 충전을 주는 소중한 숨구멍이다.


몰링 문화는 사치가 아니라, 자카르타라는 도시를 살아가고 이해하는 하나의 생활 방식이자 위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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