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살이 노트
‘자극’ 대신 소소하지만 확실한 평화를 선택한 하루
과거의 나는 지금보다 훨씬 자극적이고 화려하며, 끊임없이 무언가 특별한 이벤트가 일어나는 삶을 추구했다. 그 외의 것들은 무료함과 지루함을 넘어 권태로움 까지도 느꼈던 것 같다.
타지에 나와 살면서 전에 없던 조용한 날들을 보내다 보니, 똑같이 반복되는 무탈한 하루가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것인지 배운다.
평온한 하루의 질서 속에서 소소한 기쁨들이 나를 더 단단하게 채워준다.
건기와 우기로만 나뉘는 1년 내내 여름인 인도네시아지만, 나의 플레이리스트에는 한국의 사계절이 흐른다. 봄이면 벚꽃 잎이 흩날릴 것 같은 노래를 듣고, 겨울이면 찬 공기를 닮은 노래를 찾는다.
창밖의 우거진 야자수 풍경이 무색하게도, 나의 감수성은 계절의 변화를 기억하며 한국의 시간에 맞춰 흘러간다.
어쩌면 낯선 땅에서 나를 위로하는 '향수' 인지도 모르겠다.
오전의 살림과 육아를 마친 뒤, 혼자 여유롭게 앉아 마시는 얼음 가득 채운 아이스커피 한 잔, 그리고 간단하지만 건강하게 차리는 나를 위한 점심 한 끼 등 별것 아닌 것들이 주는 행복이 있다.
과거의 나는 늘 행복의 기준을 먼 미래에 두곤 했다. '무엇을 이루고 나면', '이것이 해결되고 나면'이라는 조건부 행복을 두었던 날들.
물론 지금도 가끔은 조급하고 불안할 때도 있지만 이곳에서 행복을 미루지 않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특별한 이벤트는 없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무탈하고 평화로운 하루가 새삼 감사하다.
해외 살이 중 피할 수 없는 외로움을 이런 작은 행복들로 채워가며 이곳에서 나만의 속도로 살아간다.
자극적인 것들이 판치는 세상이지만, 나는 이곳에서 무료하지만 촘촘하게 채워진 작은 행복들을 즐기며 좀 더 온전한 내가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