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그친 자카르타의 하늘에 뜬 쌍무지개
자카르타의 우기는 무더운 열대 기후에서 잠시 벗어나 선선함을 주기도 하지만, 매일같이 비가 쏟아지는 비를 보고 있으면 문득 맑게 개인 하늘이 그리워지곤 한다. 예전에는 스콜성이라 금방 그친다고들 했지만 요즘은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한 번 내리기 시작하면 끝을 모르고 퍼부을 때가 종종 있다.
벌써 인도네시아에 온 지도 4년이 지났는데, 얼마 전 이사 온 자카르타는 여전히 낯설다. 새로운 곳에서 우리 세 식구는 각자 또 다른 시작점에 서 있다. 남편은 새로운 일의 도전, 아이는 생애 첫 유치원 입학, 그리고 나의 첫 학부모 역할이라는 출발선에 있다.
모든 결실에는 대가와 그에 필요한 과정이 따른다. 어느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노력이 필요한 건 당연한 일이지만, 그 과정에서 오는 마음고생은 피할 수 없는 것 같다. 무엇이든 '처음'은 설레면서도 불안하고 두려운, 쉽지 않은 영역이다.
한국에서는 사소하고 별것 아닌 일들도 이곳에서는 이방인이라는 이유로 매 순간 기본적인 세팅과 전략이 필요하다. 그래서 좀 더 신경 쓸 게 많고 피곤한 것도 사실이다. 매일 내리는 비에 몸도 마음도 젖은 솜처럼 축축 늘어질 때 즈음, 모처럼 맑게 개인 어느 오후였다.
방에서 놀던 아이가 '엄마, 무지개가 떴어! 봐봐' 하며 뛰쳐나왔다. '어디?' 하며 베란다로 나갔는데, 온갖 도시의 먼지가 내리던 비에 쓸려 내려간 듯 깨끗해진 하늘 위로 선명한 무지개가 피어 있었다.
내가 무지개를 본 게 얼마만인지 모를 정도로 반가우던 찰나, 자세히 보니 무지개가 하나가 아닌 '쌍무지개'가 떠있었다. 쌍무지개는 처음 보는 터라 너무 신기해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문득 어릴 적 '무지개의 시작과 끝은 어디일까?' 궁금해했던 순수한 호기심이 생각나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졌다. 이런저런 생각들이 몇 초간 흘러가면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무지개의 시작점이 보였다. 주택들이 밀집되어 있는 지점으로부터 무지개의 시작점이 있었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무지개는 정말 멋있었다. 아쉽게도 쌍무지개는 아주 오래 머물러주지는 않았지만, 홀린 듯이 그 순간을 눈에 담았다.
끼워 맞추는 것일 수도 있지만, 바로 얼마 전 남편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기에, 정말 좋은 징조 같았다. 불안하고 앞이 보이지 않던 깜깜한 마음에 희망의 빛이 가득 차올랐다. 나는 얼른 그 풍경을 사진에 담아 남편과 가족들에게 보냈다. 남편의 지친 어깨 위로, 학교로 향하는 아이의 작은 발걸음 위로 쌍무지개의 기운이 닿기를 바랐다. 우리가 바라고 계획하는 모든 것이 결국 다 잘 될 것만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들었다.
쌍무지개의 시작점을 마주하는 행운이라니. 처음 보는 광경에 나는 아이만큼이나 신이 났다. 우리 가족이 이곳에서 마주할 특별한 행운처럼 느껴졌고, 남편의 도전도, 아이의 적응도, 나의 정착도 저 선명한 무지개 빛줄기처럼 이곳 자카르타에 단단히 뿌리내릴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이 글과 사진을 보시는 분도 올 한 해 쌍무지개의 좋은 기운을 듬뿍 받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