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간의 일시정지, 그리고 다시 자카르타

해외살이 노트

by Indah




먼 타지에 나와 살다 보니 한국에 있는 가족과 지인들의 무탈함이 참 감사하다.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갑작스러운 연락에 경황이 없어 제대로 짐도 못 챙기고 급하게 한국으로 향했다.



상 치르는 대로 돌아오려 했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한 달간 꼼작 없이 추운 겨울의 한국에 갇혀있었다.



겨울은 너무 춥기도 하고 별로 안 좋아하는 계절이라 일부러 피했었는데, 4년 만에 다시 마주한 겨울은 적응이 안 되는 추위였다. 극단적인 기후에 힘들었는지 아이도 한 달 내내 아파서 나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나 또한 여간해서는 걸리지 않던 감기 몸살에 걸려 고생했다. 이래저래 몸도 마음도 고되긴 했나 보다.



집도, 차도, 우리의 생활도 그곳에 없으니 엄마 집에 얹혀있는 한 달 동안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정말 필요한 볼일만 보고 아이랑 집에서만 있으려니 답답함 그 자체였다.



초반에는 한국에 가면 모든 게 그저 좋았다. 익숙하고 편하고 공기마저 상쾌한 느낌 었다면, 어느 순간부터 좋기만 한 시간이 짧아졌다.



오랜만에 방문한 반가운 한국을 즐기다 2주 그리고 3주 시간이 지나면, 여기서 뭐 하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든다. 가족들과 친구들이 한국에서 열심히 일상을 사는 것을 보며 우리는 이곳에 잠깐 놀러 온 이방인 같은 낯선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무엇하나 우리 것이 없는 한국에서 관광객과 다를게 무엇인가 싶다. 그럴 때 새삼 '아 나는 이제 이곳에서의 생활이 없구나, 이제 그곳이 나의 집이고 삶의 터전이구나' 느낄 수 있다.



한국에서만 먹을 수 있는 맛있는 음식 먹고,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들 보고 가끔 콧바람이나 쐬면서 지금까지 타지에서 눌려왔던 보상의 시간을 가진다. 소비의 또 소비를 하고 그것마저 시들 해질 때 즈음 집이 생각이 난다.



추위에 유독 약해서 그런지 매일 비 내리는 우기라도 이곳의 기후가 그립고 편안한 내 집, 내 일상이 그리웠다.


일 년에 한두 번 한국에 가면 돌아가기 싫고 한국에서 다시 살고 싶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우리가 살고 있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걸 보니 나도 이곳이 꽤나 익숙해졌나 보다.



자주 볼 수 없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도, 반가운 친구를 보는 것도 좋지만 나의 일상만큼 편안한 것이 없다.



한 달을 그렇게 보내고 돌아와 집에서 일상을 되찾는 일주일 동안 나만의 휴식과 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우리 셋은 금세 일상으로 돌아왔고, 지금 여기서 행복하다. 오히려 이곳이 편안해진 마음이 약간의 거부감이 들기도 하지만, 평온한 우리의 일상이 참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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