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 거주자의 발리 여행기

1시간의 시차와 180도 다른 세상

by Indah



같은 나라, 다른 풍경

: 빌딩 숲 vs 붉은 지붕과 하늘


자카르타의 일부 지역은 서울만큼이나 고층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고층 아파트까지 들려오는 경적 소리와 교통 정리하는 호루라기 소리는 매일의 교통 체증을 체감하게 한다.


깨끗한 공기, 자연, 야외 활동이 부족한 곳에 살다 보니 비행기로 고작 2시간 안되게 날아왔을 뿐인데 다른 풍경을 마주한다.


시야를 가로막던 빌딩 대신 인도네시아를 상징하는 낮은 붉은 지붕과 탁 트인 하늘이 나타난다. 발리에서 이동하는 내내 일상과는 다른 풍경에 '아, 내가 정말 여행을 왔구나' 하는 해방감이 밀려온다.


같은 나라 안에서 겨우 1시간의 시차가 있을 뿐인데, 자카르타와 발리가 가진 '다름'은 훨씬 선명하다.



아잔 소리 vs 차낭 사리

: 귀와 눈으로 느끼는 종교의 차이

두 지역의 가장 큰 차이는 역시 종교일 것이다. 자카르타 도시 곳곳에서 우뚝 서있는 이슬람 모스크들을 볼 수 있다면, 발리는 주택 단지 사이사이에 작지만 화려한 힌두 사원들이 자리 잡고 있다.


풍경만큼이나 소리도 다르다. 자카르타 생활에 익숙해지면 공기처럼 당연하게 들리는 소리가 있다. 바로 때 되면 하루에도 몇 번씩 울려 퍼지는 기도 소리, '아잔(Azan)'이다. 처음 이곳에 온 이들에게는 새벽 단잠을 깨우는 방해 요소가 되기도 하지만, 몇 년을 살다 보니 이제는 가끔 '아 지금 기도 시간이구나'하고 인지할 뿐이다.


힌두교의 색깔을 가진 발리는 아잔 소리가 없다. 대신 길가 곳곳에 정성스레 놓인 '차낭 사리(Canang Sari)'가 있다. 좁은 길목마다 놓인 차나 사리를 밟지 않으려 조심조심 걸어다닌다.


자카르타를 소리로 느낀다면, 발리는 시각적으로 느껴지는 이곳만의 감성이 있다.



매장과 화장, 문화가 이렇게나 다르다.


자카르타에서는 주거지나 학교 바로 옆에서 공동묘지를 종종 볼 수 있다. 이슬람에서는 시신을 화장하지 않고 보통 땅에 매장하는데 사람들의 삶의 한복판에 공존하는 느낌이다.


반면 힌두교 문화인 발리는 시신을 화장하고, 그 장례식 또한 하나의 화려한 축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일일 택시 투어로 남부로 향하던 중, 우연히 마을에서 존경받던 분의 장례 행렬을 마주했다. 좁은 길 사이로 시신을 운구하는 화려한 트럭이 지나가고, 그 앞뒤로 교통을 정리하는 오토바이와 예복을 갖춰 입은 수많은 사람이 줄을 이었다. 고인이 생전에 활동하던 곳곳을 마지막으로 돌아보는 중이라는 기사님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경제적 사정으로 화장 비용을 바로 치를 수 없는 경우, 일단 매장을 했다가 몇 년 뒤 돈을 모아 결국 화장을 해주는 문화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우리나라도 화장을 많이 하는 추세이니 다른 듯 비슷한 묘한 동질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나의 일상으로

이토록 다른 모습에도 불구하고 두 지역의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미소'일 것이다. 자카르타든 발리든 이 나라 사람들은 대체로 잘 웃고 친절한 편이다. 그 친절함 덕분에 이번 여행도 더 즐거운 기억으로 채울 수 있었다.


한국에서도 도시를 떠나 제주도로 여행 가듯, 자카르타 주부인 나에게 발리는 가장 가깝고도 매력적인 가성비 여행지다. 반복되는 일상을 잠시 멈추고 다녀온 이번 여행 덕분인지 시끄럽고 복잡한 다시 돌아온 이 도시가 왠지 전보다 덜 답답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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