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대명절의 시작, 부까 뿌아사(Buka Puasa)
인도네시아 라마단
금식 기간(Puasa)의 이색적인 풍경
인도네시아의 대명절, 르바란(Lebaran)이 다가온다. 본격적인 연휴에 앞서 한 달간 이어지는 라마단 금식 기간, '뿌아사(Puasa)'가 시작되면 익숙했던 자카르타의 풍경은 조금 더 이색적으로 변한다.
인구 대부분이 무슬림인 자카르타에서 뿌아사 기간이 되면, 현지인들은 해가 떠있는 동안 물 한 모금 마시지 않는 엄격한 금식을 30일간 이어간다.
대낮의 로컬 식당들은 금식 중인 사람들을 배려해 창가에 짙은 커튼을 내린다. 외국인이 주로 찾는 식당은 겉으로는 평소와 다름없어 보이지만, 현지인들 없이 텅 빈 공간이 평소와 다른 공기를 실감하게 한다.
저녁이 가까워지면 자카르타 시내는 엄청난 교통체증에 시달린다. 하루 동안 금식한 사람들의 발걸음이 곳곳의 식당으로 향하기 때문이다.
이 기간만큼은 어느 식당이나 저녁 식사 하려는 사람들로 붐비기에 미리 예약은 필수다.
나 역시 집에서 일하는 친구를 통해 금식 기간의 무게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해가 뜨기 전 새벽 3시에 일어나 첫끼를 먹고 4시에는 기도를 한다. 그 후 하루 종일 굶다가 해가 지는 6시 이후에야 비로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이 친구와 저녁 식사할 일이 생겨 근처 현지식 맛집이라는 레스토랑을 미리 예약하고 다녀왔다. 식당 안은 단체와 가족 식사 예약으로 북적였고, 아직 금식이 풀리기 전이라 식사하는 소리 대신 라이브 공연 소리만이 식당 안을 맴돌았다.
정확히 6시 12분쯤, 아잔(기도 소리) 대신 들려온 어떤 종교적 신호음이 울리자, 사람들은 일제히 간단한 기도 후 식사를 시작했다. 눈앞에 음식이 있어도 그 시간만큼은 왠지 나도 함께 기다려야 할 것 같이 느껴졌다. 금식이 풀리는 순간 웨이터들의 손길도 분주해졌다.
가장 먼저 서빙된 것은 '딱질(Takjil)'이라 불리는 애피타이저였다. 오랜 시간 비어있던 속을 달래주는 소량의 달콤한 음식이나 음료인데, 아파트 로비에서 사람들에게 나눠주기도 하고 길거리에서 무료로 나눔 하는 것도 흔히 볼 수 있다.
모두에게 즐겁고 소중한 한 끼의 식사 시간인 듯했다. 분위기에 취해 맛있게 식사던 중, 바쁘게 움직이는 웨이터들에게 시선이 머물렀다. 그들도 똑같이 금식을 했을 텐데, 본인이 먹지도 못할 음식을 만들고 나르며 가장 분주한 저녁을 보내고 있었다.
예약 손님이 대부분이라 준비한 음식을 동시에 서빙하느라 정신없을 텐데도, 틈틈이 물 한 잔으로 목을 축이며 일하는 모습을 보니, 단순한 종교적 의무 이상의 본인의 가치관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해외에 살다 보면 삶의 모습이 비슷해져 이곳이 한국인지 인도네시아인지 잊고 살 때가 많다. 하지만 '부까 뿌아사(Buka Puasa)'가 보여주는 독특한 풍경은 내가 분명 타국에 살고 있음을 상기시킨다.
집 앞 레스토랑에서 마주한 이토록 이국적인 풍경이라니. 외식 한 번에 이런 생소한 문화 차이를 경험할 때, 내가 이곳에서 살고 있음이 더 흥미로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