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동남아 해외살이
새로운 환경 눈물 나는 적응기,
그리고 나 자신의 변화
나 자신을 바꾸고 싶다면 주위 환경부터 바꾸라는 말이 있다.
사람은 하루아침에 바뀔 수 없다고들 하는데, 그 말에 공감한다. 나 자신도 평생 살아온 습관, 성향, 가치관과 성격 등 무엇하나 바꾸기 쉬운 게 없기 때문이다.
직장 생활을 할 때는 월급을 타면 쓰고 주말만 기다리는 삶을 살았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알았지만 패턴을 바꾸기가 쉽지 않았다.
나 자신을 바꿀 수 없으니 환경을 바꾸자는 마음으로 동남아 이민을 선택한 이유도 있다. 주변 환경에 휘둘리기 쉬운 나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선택이었다.
그렇다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쉽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새롭고 낯선 것에 적응하는 것은 스트레스다.
이곳에 와서 처음 6개월은 완전히 바뀌어버린 환경에 적응하느라 가장 힘든 시기를 보냈다. 한국에서는 당연했던 것들이 여기서는 당연한 것이 아니었고 지금까지 나의 생활 패턴과 습관을 바꾸는 것도 심적으로 힘든 일이었다.
한꺼번에 큰 변화를 겪다 보니 후폭풍이 있었다. 작은 아파트를 렌트해서 우리만의 공간을 꾸렸는데 평생 못 잊을 장소가 되어버렸다. 이 시기에 우리 부부는 각자의 이유로 마음의 병이 생겼다.
앞으로의 불확실성, 부모님에게 짐이 되었다는 죄책감과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무력감까지 더해져 힘든 시간을 보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며 언어 공부부터 뭐라도 해보려고 하니 일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임시직이었지만 선택지가 없었으므로 용기 내어 도전했다. 현지인들과 일하며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
잊지 못할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한국에서 설 명절이었고 이곳에서도 휴일인 어느 날, 평소와 같이 밤늦게 택시 타고 퇴근하는 길. 편도 한 시간 거리를 교통체증으로 세 시간이 걸려 도착한 것이다. 차로 꽉 막힌 도로 위에서 눈물이 터져 나왔고 오열 아닌 오열을 했다.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와 바닥나버린 체력으로 참았던 감정이 한꺼번에 터져버린 것이다.
그때는 하루하루가 사는 게 아니라 버티는 것 같았고 자존감이 바닥을 찍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해도 앞이 내다보이지 않는 불안감에 사로잡혔다.
그 와중에 성격 급한 우리 부부는 각자 일 시작하기 전 시간이 있을 때 해야 한다며 계획임신을 했다. 계획한 것이 있으면 이거 할 때 저거도 같이 해결하자 하는 성격이 참 급한 부부다.
적응하느라 너무 힘들었던 탓인지 이곳의 냄새, 식자재 모든 것이 역했고 입덧은 점점 심해졌다. 아기는 한국에서 낳을 생각이라 일찍이 한국에 갔다가 아기가 100일 되는 시점에 다시 돌아왔다.
이 시점에 남편은 좋은 기회가 생겨 개인 사업을 하게 되었고 임신 한 나는 한국에, 일 시작한 남편은 인도네시아에서 떨어져 생활하게 되었다. 임신하고 나니 모든 상황이 싫었고 서러웠다. 비행기를 탈 수 있을 때 한 달 정도 인도네시아에 다녀왔는데 살찔까 봐 야식도 안 먹던 남편은 살이 쏙 빠져있었다. 남편도 나를 데려왔다는 책임감에 짐을 하나 더 짊어지고 그 무게를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선택의 대가를 치르고 있었다. 우리가 한 선택이었기에 억울할 것도 없었지만 마음은 너무 힘들었다. 그토록 원하던 좋은 기회가 찾아왔고 아기라는 소중한 존재가 찾아왔음에도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지칠 때마다 우리 목표를 위해 언젠가 한 번은 치러야 하는 과정이다 하며 서로를 위로했다. 우리는 지금도 여전히 적응 중이고 도전해야 할 과제들이 많이 남아있다.
우리 부부의 목표는 ’ 50세 이후 경제적 자유 달성‘이다. 그전에라도 목표한 현금흐름이 생겼을 때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올 때는 자유지만 돌아가는 것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사실에 고립감이 느껴져 무서울 때가 있었다.
아직 그 시작을 하고 있을 뿐 갈 길이 멀지만 처음과 비교해 현재의 우리 모습을 보면 뿌듯하고 대견하다. 소중한 우리 아이가 생기면서 더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도 생겼다.
글을 쓰느라 평소에는 잘 생각하지 않았던 초기 우리 모습을 떠올리면서 모든 것이 감사하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불안하고 마음이 힘든 사람이 있다면, 지금 이 환경이 바뀜으로 인해서 나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믿었으면 좋겠다. ‘영원히 새로운 것은 없다. 아무리 좋은 풍경을 가진 곳에 살아도 결국 그곳 또한 일상으로 바뀌 듯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고 하루 버티고 그 힘으로 내일 또 버티시라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