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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다 Dec 30. 2024

해외살이는 외딴섬에 고립된 것 같은 외로움을 동반한다.

퇴사 후 동남아 해외살이



외로움과 친해지기


해외 나와 살면 외로움은 당연히 따라오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사람마다 느끼는 정도가 다를 뿐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살다 보면 사람 때문에 외롭기도 하고 내가 혼자 가는 이 길이 외로울 때도 있다.


나는 가끔 이곳은 외딴섬이고 그곳에 고립되어 혼자라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가족과 친구들이 그립고 당장 한국에 가고 싶은 마음에 울컥할 때도 있다.


내가 사는 곳은 인프라가 부족하고 보육 개념의 기관도 없다 보니 육아하면서 밖에 나가는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더 제한적이다. 하루종일 아기랑 집에서 대화할 상대도 없이 있다 보면 가끔은 옆에 누군가 있어도 너무 외롭다.


각자의 외로움을 사람들을 만나며 풀어가는 방법도 있지만 나는 여기서 누군가를 가까이 사귀거나 자주 만나려 하지 않는 편이다.


예전과 달리 혼자 시간 보내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이제는 외로움을 다른 사람한테 의지해서 풀어갈 나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 안에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누구를 만나더라도 잠깐의 즐거움일 뿐 만나고 난 후의 공허한 감정 반복이 싫다. 사람을 만나는 즐거움이 그리울 때도 있지만 만나지 않음으로 인해서 힐링되는 부분도 분명 있다.


이왕 해외까지 나와서 사는 거 한국에서 사는 것보다는 남들 눈치 덜 보고, 비교하지 않고 살고 싶다. 물론 어느 곳이든 사람 모여 사는 곳은 그 모습이 비슷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


북적임 보다는 조용하고 외로움을 택한 다는 것은

내 선택지가 조금은 더 자유롭고 나다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나의 외로움을 극복하는 방법 중 하나는 ‘내가 지금 외로운가?’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고 그 시간을 다른 방식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집에만 있어도 아침 일찍 일어나 가족들을 챙기고 가장 먼저 씻는다. 오늘 하루 할 일들을 다이어리에 적고 시간을 쪼개어 하나씩 해나간다.


육아를 하면서 내 할 일을 하기란 쉬운 게 아니라서 집에만 있어도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시간이 빨리 간다. 어떤 때는 직장 다닐 때보다 정신없을 때도 있다.


시간을 생산적으로 쓰려하니 외로움에 마음 헛헛해할 틈이 없다. 외로움을 잘 타는 사람일수록 자신에게 그런 틈을 주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멀리 나와 살다 보니 가끔 한국 가서 떨어져 있는 가족들과 친구들을 만나면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반가움과 감사함이 들기도 한다. 그런 소중함을 깨닫고 함께 있는 남편과 아이에게 충실하다 보면 가정이 더 화목해지고 끈끈해지는 것도 있다.


멀리 있는 사람을 생각하며 속상해하기보다 내 옆에 있는 사람을 더 많이 사랑하면 내 마음이 채워지지 않을까?


이곳에서 아이 낳고 오래 산 분들이 하는 이야기가 있다. 한국에 비해 이곳에서 자란 아이들이 더 가정적인 환경에서 자랄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오손도손 사는 다자녀 가족들이 종종 보이기도 한다. 혼자 왔거나 사정상 혼자 남게 된 사람들이 더 외로워 보이는 이유다.


인생을 다 산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깨달은 바로는

옆에 누군가 있다고 해서 외롭지 않거나 없다고 해서 외로운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문제라는 것이다.


나이 들수록 외로움이라는 것은 애증의 동반자가 될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사실을 인정하고 그때마다 나를 어떻게 달랠 것인지 나만의 방법을 만들어 가는 것이 더 도움이 될 듯하다.


나는 스스로 외로울 틈을 주지 않는 것과 내 옆에 있는 이들을 더 사랑하는 것으로 채워 가려한다. 정답은 없지만 본인만의 요령이 있어야 내 감정에 대해 덜 불편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나도 전부 극복한 것은 아니고 지금도 여전히 어떤 때는 고립감에 숨이 턱 막히고 사람이 그리울 때가 있지만, 주어진 환경에서 외로움이라는 것은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것을 잘 다루기 위해 노력 중이다.


언젠가 어떤 책에서 내가 지금 행복한지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나를 불행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말을 본 적이 있다.


외로움도 똑같지 않을까 싶다.

내가 지금 얼마큼 외로운가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나를 불행하게 할 수도 있다. 적어도 가장 최악이라는 자기 연민에 빠질 정도의 외로움은 느끼지 않아야겠다.


외로움, 완전히 극복은 못하겠지만, 잘 다뤄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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