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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연 Oct 16. 2018

10년 넘은 내차, '자차' 보험을 빼면 안되는 이유


누군가에게는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자동차 사고. 그래도 대부분은 이 한 번의 사고를 대비하기 위해 자동차 보험을 가입한다. 책임보험은 모두의 의무이며, 나를 위한 선택이라 스스로를 위로해도 내야 할 보험료가 아깝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노릇.


갱신 때가 다가와 이곳저곳 견적을 받아봐도 별반 차이는 없다. 문득, '자차(자기차량손해)'를 빼보니 보험료가 파격적으로 줄어든다. '차도 오래됐는데 이제는 빼도 되겠지?' 뿌리치기 쉽지 않은 유혹이다. '자차' 담보, 차가 오래됐다는 이유로, 차값이 얼마 안 된다는 이유로 정말 빼도 괜찮은 걸까?


늦어지는 사고 처리


사고가 나면, 보통 차를 고치러 정비 공업사에 간다. 이때, 정비 공장은 수리를 시작하기 전 ‘지불보증'을 받는다. 쉽게 말해 수리비를 누가 줄 건지 정해져야 수리를 시작한다는 뜻. ‘자차’ 담보가 있으면 이 지불보증은 내가 가입한 보험사에서 보장한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 차주가 수리비 전액을 낸다는 보증을 해야 한다.


여기서부터 문제는 시작된다. 대개의 차주는 자신의 내 잘못이 100%가 아닌데 전부를 내는 것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 사실, 수리가 완료될 때까지 과실이 확정되지 않아 수리비 모두를 내는 것이다. 나중에 과실이 협의되면 상대방 보험사에 요청해서 받아야 한다. 지불 영수증과 수리 내역서 등의 서류 준비는 필수다. 귀찮고 번거로우며, 신경 쓰이는 일이다.


직접 소송해야 하는 최악의 경우


차선 변경, 끼어들기처럼 대부분 교통사고는 서로가 잘못한 쌍방 과실이다. 하지만 같은 교통사고도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할 수밖에 없다. 즉, 자신들이 피해자라고 동상이몽을 꾼다.


보험사 간의 과실이 협의되지 않으면 분쟁 조정심의와 소액소송을 진행한다. 이 둘의 근거는 각자의 보험사가 자신들의 고객에게 100% 지급한 ‘자차' 수리비 보험금이다. 각 기관에게 “억울하게 손해액이 생겼으니 받아야 할 돈의 비율을 정해 주세요.”라는 행동의 일환이다. 하지만 ‘자차' 담보가 없으면 내가 가입한 보험사는 지급한 돈이 없어 대신 진행해 주지 못한다. 상대방이 피해자고 ‘자차’를 들었을 때 먼저 신청하는 경우는 있지만, 가해자라면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없어 침묵하게 된다.


사람이 다치지 않고, 운전자 보험도 없으며, ‘자차’도 가입하지 않았다면 나를 도와줄 사람도 없다. 억울한 일이지만 차주가 직접 소액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물론, 변호사 도움을 받을 순 있지만 배보다 배꼽이 커진다.

침수와 홍수처럼 막기 힘든 자연재해


매년 여름, 장마나 태풍이 찾아오면 물에 잠긴 자동차 뉴스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지난해에는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의 침수 피해로 1,000대가 넘는 차를 폐기시켰다. 일반인의 경우는 어떨까? ‘자차' 담보는 지진, 분화 또는 이들과 유사한 천재지변으로 인한 손해를 보상하지 않는다. 하지만 태풍, 홍수, 해일에 의한 피해는 보상해 준다.


자동차가 물에 잠기면 보험사는 자동차 수리비를 지급한다. 이후에 침수 장소 배수 시설의 상태, 위험의 경고 등의 종합적인 내용을 파악해 책임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한다. 하지만 ‘자차’가 없으면 수리는 물론, 청구도 스스로 해야 한다.

속수무책, 가해자를 찾을 수 없는 사고


가만히 잘 세워둔 내 차, 다음날 여기저기 파손된 모습을 보며 속상해 한 경험을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평소 잘 되던 ‘블랙박스’는 이상하게 그날만 녹화가 안되고, 심증은 있지만 증거가 없는 경우도 다반사. 망가진 차를 보며 한 번, '자차'가 없어 내 돈으로 수리하며 두 번 가슴 앓이를 하게 된다.


한 해 평균 자동차 도난 사고는 2천여 건. 심각한 절도에 해당돼 범인이 잡히는 경우가 많지만 잡혀도 문제다. 온전한 차를 되받는 경우는 보기 힘들며, 절도범이 보상금을 쉽게 내줄 일도 없다. 보험사는 도난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차값을 차주에게 먼저 준다. 범인이 잡힌 후에도 보험사가 업무를 진행한다. ‘자차'가 없는 경우에 혼자서 해야 할 일이 가장 많은 일이 바로, 도난 사고의 경우다.


지금까지 자기차량손해 담보를 뺏다가 겪을 수 있는 곤란한 상황들을 알아봤다. 이처럼 '자차' 담보는 내 차가 오래됐다는 이유로, 자동차 가격이 얼마 나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외했다가는 예상치 못한 번거로운 일에 빠지기 십상. 사고처리를 비롯한 법, 규제와 관련된 일에 능숙하지 않다면 필수로 들어두는 게 좋다. 다음 시간에는 대물보상 한도를 높이는 이유가 단순히 도로에 널린 외제차 때문만이 아닌 이유를 함께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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