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기아의 신형 K7이 공개됐습니다. 확 달라진 디자인만큼 주목받는 부분도 있습니다. 바로 이번에 새롭게 장착된 스마트 스트림 G2.5 엔진입니다. 가장 큰 특징은 직분사와 포트분사 두 가지 기술의 혼합입니다. 국내에서는 최초로 시도됐지만 이보다 앞선 토요타의 D-4S도 있습니다.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해 11월 토요타 아발론 하이브리드가 국내에 출시됐습니다. 아발론 하이브리드에는 175마력을 내는 2.5L 가솔린 엔진과 38kW짜리 모터가 달립니다. 시스템출력은 218마력. 그런데 출력보다 더 눈이 가는 게 있습니다. 엔진의 연료 분사 방식입니다. 듀얼 분사 방식인 'D-4S'지요.
우리나라에서 팔리는 하이브리드 모델에는 대부분 포트분사식이 쓰입니다. 반면 일반 가솔린 내연기관에서는 직분사 방식이 대세입니다. 직분사는 실린더에 직접 연료를 넣어 출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정교한 연료 분사 기술로써 연비 개선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지요.
그러나 이런 장점을 무색하게 할 만한 단점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흡기밸브 위에 카본이 쌓이는 현상이죠. 5만 km 이상 타면 슬슬 나타납니다. 이렇게 되면 출력이 떨어지고, 심하면 촉매 컨버터에 고장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직분사 엔진에 카본이 쌓이는 이유 중 큰 것은 PCV(Positive Crankcase Ventilation) 시스템이 꼽힙니다. 그림처럼 혼합기가 폭발할 때 실린더와 피스톤 틈 사이로 가스가 발생합니다. 이 가스(블로 바이 가스)가 크랭크 케이스에 쌓여 압력이 높아지면 문제가 됩니다.
쌓인 블로 바이 가스를 외부로 빼면 해결되지만, 공해물질이 포함되어 있어 그대로 내보낼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다시 실린더로 넣어 연소시키는 방법을 고안했죠. 완전히 타지 않은 가스를 다시 태우는 셈이에요. 이게 바로 PCV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직분사의 경우 이렇게 다시 집어넣는 가스 중에 탄화수소(HC)와 입자상물질(PM)이 포함돼 있습니다. 그리고 실린더로 들어가기 전 흡기밸브 뒤에 점점 쌓이게 되죠. 포트 분사 방식이면 혼합된 연료가 세정제 역할을 해 밸브에 쌓인 카본을 어느 정도 씻어 냅니다. 하지만 직분사 시스템은 그렇지 못합니다. 엔진 세정제를 넣어도 직분사 엔진에는 별로 효과가 없는 것도 실린더에 '직접' 분사되기 때문입니다.
메이커들은 흡기로 되돌아가는 블로 바이 가스용 필터를 붙였습니다. 고객에게는 고품질의 연료와 값비싼 엔진오일을 권하기도 하죠. 하지만 이건 쌓이는 속도를 늦출 뿐, 근본적인 대책이 아닙니다.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있는데, 토요타의 것이 대표적입니다. 토요타는 저회전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직분사 시스템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포트 분사 + 직분사’ 시스템(D-4S)을 10여 년 전부터 개발했습니다. 처음 D-4S 시스템을 도입한 엔진은 2005년 GS350과 IS350에 사용된 3.5L '2GR-FSE' 유닛입니다.
지금은 국내에 판매 중인 토요타 브랜드 캠리와 캠리 하이브리드, 렉서스 LS500h와 GS350에 적용돼 있으며, 수평대향 엔진인 토요타 86에도 D-4S 기술이 사용됩니다.
D-4S 시스템은 구체적으로 실린더 당 인젝터 2개를 장착한 형태입니다. 하나는 실린더 안에서 직접 연료를 뿜고, 다른 하나는 흡기 포트에 연료를 뿌립니다.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2,000rpm까지는 포트 분사량이 70% 수준이고, 3,500rpm 이상에선 거의 직분사 시스템만 사용합니다.
그러나 D-4S 시스템도 장점만 있을 순 없습니다. 부품이 늘어난 만큼 구조가 복잡해 지고, 각기의 분사를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도 필요합니다. 이는 곧 가격 인상과도 연결되죠. 기술 초기 대중적인 모델보다는 렉서스 브랜드에 도입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진동과 소음 문제도 지적의 대상. 절대적인 크기보다는 변화의 폭 때문입니다. 낮은 엔진 회전수에는 포트 분사로 비교적 조용한 편입니다. 하지만 직분사로 넘어가며 폭발 압력이 달라지고, 수반되는 물리적 진동과 소음은 피할 수가 없었겠죠. 여기서부터는 흡・차음재가 중요한 역할을 하며, 비용 문제로 이어지게 됩니다.
세상에 완벽한 기술이란 없습니다. 분명 장단점이 있기 마련. 하지만 제조사의 이런 노력들은 반길 일입니다. 거리에 EV와 자율주행차가 가득한 시대가 머지않아 오겠지만, 그때도 고치고 개선해야 할 기술적인 문제점들은 언제나 있을 테니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