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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연 Jun 28. 2019

'공기저항계수' 낮으면 좋다는데 뭘 의미하죠?

지난 2014년, 폭스바겐 XL1이 국내에 소개됐습니다. 시중에 판매된 것은 아닙니다. 시내 한복판에 전시만 되었죠. 무언가 미래에서 온 듯한 디자인을 띄지만 가장 큰 이슈는 연비였습니다. 기름 1L로 100km를 넘게 달릴 수 있다고 했지요. 유럽 연비 기준으로는 111.1km/L입니다.
(단,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으로 배터리가 꽉 찬 상태에서 처음 1L로만 100km를 달릴 수 있다.)

XL1의 뛰어난 연비로 함께 주목 받은 건 공기저항계수였습니다. '0.189(Cd)'라는 비현실적인 값을 현실화 했습니다. 800kg 아래 몸무게에 0.20(Cd)가 안 되는 공기저항계수. 뛰어난 연료 효율을 납득하기에 충분한 조건들입니다. 이렇게 신차 뉴스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공기저항계수. 연비와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데요. 이번 기회에 알기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공기저항계수는 뭘까?


보통 'Cd'로 적혀있는 공기저항계수의 정확한 명칭은 '항력 계수(drag of coefficient)입니다. 여기서 항력은 저항력, 계수는 물질의 특정한 속성을 나타내는 수치입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항력은 자동차가 유체(공기)를 뚫고 달릴 때 앞으로 나가려는 힘을 방해하는 모든 힘입니다. 공기와 닿는 면적과 형상, 그리고 자동차가 달리는 속도에 따라 항력은 달라집니다. 예컨대 뒷부분의 와류로 인한 저항도 항력의 일부분이죠.


자동차의 디자인이 완성되면 달리는 속도와 자연히 부는 바람을 제외하면 항력에 미치는 값에 변수는 거의 없어지게 됩니다. 이처럼 자동차 외부 형상이 완성돼 항력에 영향을 미치는 확정값을 '항력 계수'라고 합니다.

항력 계수 측정방법


정확한 항력 계수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크게는 3가지가 필요합니다. 정확한 전면투영면적의 값, 어느 곳에서나 균일하고 일정한 속도의 바람, '앞뒤·전후·좌우' 힘을 측정할 수 있는 밸런스(저울) 장비입니다. 전면투영면적은 레이저를 활용해 비교적 쉽게 얻을 수 있는 값입니다.


측정을 위해 쉽지 않은 부분은 바람과 저울. 현대차 남양연구소 풍동 실험실에서 사용하는 밸런스 장비는 대략적인 가격만 50억 원. 볼펜 하나 감지될 만큼의 무게를 3방향으로 측정할 수 있으며, 몇 톤의 차도 감당할 수 있습니다. 균일하고 일정한 속도의 바람을 만들려면 위 그림처럼 큼지막한 터널이 필요합니다. 회전 날개의 직경이 8.4m에 돌리는 힘만 3,400마력. 20년 전, 처음 만들어 질 때만 450억 원이 투입됐다고 합니다.

항력 계수 산출식은 위와 같습니다. 항력 계수(cd)는 항력(Drag)을 유체(공기)의 밀도값 로우(ρ)와 속도(v)의 제곱, 그리고 단면적(A)의 곱한 값으로 나눠줍니다. 공기의 밀도값은 일정한 값으로 두면, 위에서 설명한 세 가지를 정확히 측정해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항력 계수를 왜 줄여야 하는가?


연료 효율 즉, 연비를 결정짓는 데는 다양한 요소가 있겠지만 같은 출력이라면 무게와 항력 계수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항력 계수 0.01은 40kg의 무게와 맞먹습니다. 0.02(Cd)가 높은 차는 성인 남성 한 명을 차에 더 태운 셈. 무거운 물체를 같은 힘으로 옮기려면 에너지가 더 필요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지 않은 사실입니다. 또한 저속에서는 타이어와 노면 사이의 구름 저항이 효율에 많은 영향을 줍니다. 그러나 80km/h, 100km/h를 넘어가면 달릴 때의 공기 저항이 연비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되죠.

공기저항계수 0.29로 혁신을 보인 에스페로


더 많이, 오래 달리고자 한다면 바람과 맞서면 안 됩니다. 걸림 없이 흘려보내야 합니다. 전기차 앞 그릴이 막혀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죠. 그럼 매끈하게 잘빠진 수퍼카는 항력 계수가 획기적으로 낮을까요? 이와는 다른 이유지만 쉽게 말해 수퍼카는 노면과 더 딱 붙어 있기 위해 '다운 포스'를 일부러 만들어 냅니다. 이 힘은 차체 일부의 공기 저항으로 만들어지는 힘이기 때문에 차 전체의 항력 계수가 낮을 순 없습니다.


우리 주변 차들의 항력 계수는?


도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차 중에서는 전기차가 대부분 항력 계수가 낮은 편입니다. 자동차라는 한정된 공간에 배터리를 무한정 크게 늘릴 수 없기에 효율이 중요하죠. 그 때문에 부품 하나의 모양을 손봐 1km를 더 달린다면 굉장히 감사한 일입니다. 일단 전기차의 Cd 값을 살펴보겠습니다.


테슬라 모델3가 0.23(Cd)로 매우 낮은 편이며, 아이오닉 일렉트릭 0.24(Cd), LF 쏘나타 하이브리드 0.26(Cd)도 상당히 우수한 편입니다. 코나 일렉트릭과 재규어 I-페이스의 경우 SUV 차체로 불리하다고는 하지만 각각 0.29(Cd)로 동급 내연기관 SUV보다 낮게 디자인 되었습니다.

일반 모델 기준으로는 LF 쏘나타가 0.27(Cd), 제네시스 G70는 0.28(Cd)이며, 싼타페(TM)는 0.337(Cd)입니다.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W213)의 경우 전기차에 버금가는 0.23(Cd)이며, 신형 5시리즈(G30)는 0.22(Cd)를 달성해 동급 최고 수준의 기술을 자랑합니다.


가장 최근에 항력 계수를 자랑한 브랜드도 찾아봤습니다. 주인공은 3월 공식 출시를 앞두고 사전계약을 받는 BMW 신형 3시리즈(G20). 기존 3시리즈 세단의 디자인 요소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0.23(Cd)이라는 결과가 놀랍습니다. 다음으로는 어떤 브랜드가, 그리고 어떤 모델이 '공기저항계수'를 자랑하는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는 시선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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