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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연 Sep 20. 2019

"비싸도 예쁜걸 어쩌나", 신형 이보크 시승기

신형 레인지로버 이보크가 출시됐다. 지난해 겨울 글로벌 무대에 등장했으니 제법 빨리 국내에 도착했다. 전작 이보크는 그야말로 '빅 히트'를 쳤다. 국내 판매량만 해도 1만 대를 넘어섰다. 그만큼 신형 모델에 쏟아지는 관심도 대단하다. 디자인이 공개되자 '베이비 벨라'라는 수식어도 붙었다. 그러나 모든 이가 차를 살 때 디자인을 첫 번째로 기준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혹시 신형 이보크에 대해 놓치고 있는 부분은 없을까? 시승을 통해 확인해 봤다.

이보크는 레인지로버 패밀리


신형 이보크는 6,710만 원부터 시작한다. 최고출력(150마력)을 낮춘 엔트리 등급 D150 S의 가격이다. 180마력짜리 디젤 심장을 얹으려면 최소 7,580만 원이 필요하다. 여기에 패들 시프트, HUD, 서라운드 뷰 카메라가 탐난다면 지갑을 좀 더 열어야 한다. 최신 옵션들을 품은 D180 R-다이내믹 SE의 가격은 8,120만 원이다.

날렵하고 단정해진 스타일과 고급스러운 실내 분위기. 막내라고 해도 레인지로버의 피가 흐르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그만큼 비싼 것도 사실이다. 동급 라이벌과 비교하면 더욱 명확해진다. 최고 등급 기준으로 경쟁 모델의 가격이 1,000만 원 정도 저렴하다. 스스로와 주변 사람들에게 레인지로버 브랜드 가치를 충분히 설득할 자신이 없다면 가격에 대한 고민이 들 것이다.

저속 영역, 유난히 크게 들리는 엔진 소리


과거 SUV는 널찍한 공간을 최고의 미덕으로 여겼다. 보통 자동차 실내 공간은 차체의 크기와 비례한다. 차가 커지면 무게도 늘고 기름도 많이 먹는다. 가솔린을 선뜻 고르기 어려운 이유였다. 상대적으로 디젤 연료는 값도 싸고 더 많이 달릴 수 있다. 하지만 유가의 안정화로 소비자들은 가솔린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두 연료의 가격 차이도 크지 않고 가솔린 연비도 상당히 개선됐다. 굳이 유지비 때문에 차값을 더 낼 필요도, 안락한 거주성을 포기할 필요가 적어졌다.


'P250'으로 시작하는 신형 이보크의 가솔린 모델은 아직 국내 인증을 마치지 못했다. 이는 아직 신형 이보크 가솔린은 살 수 없다는 이야기.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채택한 디젤 모델의 인증이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진행된 듯하다.

며칠 간 신형 이보크를 경험하며 엔진 소음이 거슬렸다. 그동안 디젤 소음에 대해 관대함이 있었다. 극복할 수 없는 태생적 문제를 꼬집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신형 이보크에서는 그러지 못했다. 아니 '그럴 수 없었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이보크의 스타일을 누리기 위해 지불해야 할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들 상태의 디젤 엔진음은 카울 패널을 타고 실내로 유입됐다. 여기에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좀 더 신경질적인 엔진 소리가 침입한다. 스티어링 휠로 전달되는 옅은 진동도 불편하다. 다행히 약간만 속도가 붙어도 실내는 잠잠해 진다. 여느 SUV에서 들리는 바람소리도 잘 억제된 편이다. 노면에서 올라오는 잡음도 거의 없다. 다만 저속에서 엔진 소리가 거슬린다.

느긋한 반응, '호불호' 갈릴 수도


시승한 신형 이보크의 D180 모델에는 2L 디젤 엔진이 달린다. 180마력(2,400rpm)의 최고출력과 43.9kg·m(1,750~2,5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여기에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더해 초반에 140Nm(14.3kg·m)의 토크 증대 효과를 누린다. 변속기는 ZF제 9단을 물렸다. 이 정도 '스펙'이면 준수한 수준이다. 특히 토크로 미는 꾸준한 가속력이 좋다. 1,985kg의 몸무게와 보디 타입을 고려하면 9초대 초반의 '제로백'도 양호한 수준.

반면 스티어링 감각은 아쉬움이 남는다. 스티어링 휠 반응이 시종일관 부드럽다. 가끔 날렵한 코너링을 위해 빠르게 조타해도 차체의 움직임은 느긋하다. 운전자의 의도에 대한 자동차의 피드백이 명확하지 않다. 명료하지 않은 스티어링 휠의 반응이 답답하게 여겨진다. 연속 코너에서의 롤도 부담스럽다. 최신 SUV중에서도 비교적 롤이 큰 편이다.

신형 레인지 이보크의 다양한 모습들을 들춰봤다. 그러나 신형 이보크를 기다렸던 이들에게 언급한 요소들은 중요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보크의 가장 큰 가치는 역시나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신형 이보크의 외모는 전작보다 출중해졌다. 실내도 한층 고급스러워졌다. 풀 LCD 계기판에 센터 듀얼 터치 스크린, 전자식 리어 뷰 미러가 기본으로 달렸고 내장 트림의 마감도 우수하다. 뿐만 아니라 D150S를 제외하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비롯해 차선 유지, 긴급 제동 등의 최신 보조 기능 장비들도 화려하다. 이보크를 구매 리스트에 올려야 할 이유는 이 뿐만이 아니다.


차체 크기는 큰 변화가 없지만 휠베이스는 21mm 길어졌다. 이로써 2열 무릎 공간이 11mm 확대됐다. 이보크는 '콤팩트 SUV'라 분류돼 2열 공간의 협소함을 걱정할 수도 있다. 편집부가 직접 탑승해 본 결과 성인 4명이 장거리 운행에도 문제가 없었다. 패밀리 용도로도 사용하기에도 이보크를 선택할 이유는 충분해 보였다.

Editor’s point


HUD, 패들시프트, 서라운드 뷰 카메라, 제스처 파워 테일 게이트 등의 옵션들은 대부분 최고 등급인 D180 R-다이내믹 등급(8,120만 원)에만 달린다. 하지만 8천만 원 넘는 가격의 이보크가 부담되는가? 조금만 장비 욕심을 내려두자. 에디션 모델을 빼면 아래 등급인 'D180 SE가 7,580만 원이다. 게다가 랜드로버는 분명 괜찮은 할인 정책을 당신에게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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