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클러스터(Cluster)'의 마지막 퍼즐 S60이 등장했다. 매콤하지는 않되 톡 쏘는 맛의 스웨디시 다이내믹 세단이다. 여기에 밸런스를 갖춘 드넓은 포용력은 S60의 미래를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뜨거운 여름 이보다 뜨거운 신형 S60이 국내에 첫 발을 디뎠다. 지난 5년동안 내놓은 SUV마다 히트를 쳤던 볼보기에 S60에 거는 자신감도 이번에는 남달랐다. 2세대 모델의 성적은 나름 괜찮았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1천 대 이상 판매됐고, 전 세계에서 3번째로 S60이 많이 팔리는 곳도 한국 시장이었다. 3세대도 인기를 이어갈 수 있을까? 직접 운전대를 잡고 확인에 나섰다.
신형 S60의 디자인은 여전히 ‘볼보'다웠다. V60 크로스컨트리와 XC60 연장선에 서있고 형님격인 S90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패밀리 룩'이라는 그럴싸한 방패막은 있겠지만 S60만의 확실한 개성은 부족한 모습이다. S90과 얼굴 구별은 쉽지 않다. 자세히 보면 헤드램프 망치 모양 그래픽이 안쪽으로 확장됐다. 그릴 내부 각진 꺾임도 둥근 S90과는 다른 형상이다.
눈에 띄는 부분은 차체 비율. 뒷문이 차지한 비율이 적었던 S90보다 안정감이 높고 앞쪽 오버행은 짧아 역동적이다. 통상 앞바퀴를 굴리는 세단은 보닛 속 엔진을 안쪽으로 밀어 넣기 제한적이다. 옆에 붙어야 할 변속기와 근접한 구동축도 신경써야 하기 때문이다. 입장이 다른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가 얼마나 고민했을지를 차체 비율에서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수치로도 942mm였던 오버행을 848mm(3세대)로 줄였다. 반면 전체 길이는 4,761mm로 이전보다 130mm 길어졌고 높이는 1,431mm로 49mm 낮아졌다.
볼보 관계자가 아닌 이상 실내를 보고 60시리즈를 구분하긴 쉽지 않다. 두툼한 운전대 안쪽으로 보이는 풀 디지털 클러스터와 태블릿 모양의 센터 스크린, 송풍구의 디자인과 프레임 리스 리어뷰 미러까지 같은 디자인이다. 다만 모델별로 차체 높이가 달라 창밖 풍경은은 제각각. 어쩌면 실내 디자인으로 모델 선택을 고민하지 말라는 볼보의 숨은 전략이 아닐까? 너무도 비슷한 모습에 허튼 생각마저 뇌리에 스친다.
참고로 시승차는 모멘텀 등급이다. 우뚝 솟은 센터 스피커의 유무로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윗등급(인스크립션)에는 바워스 앤 윌킨스 오디오 시스템이 탑재된다. 일반 오디오도 충분히 괜찮은 소리를 들려주지만 필자는 오디오에 욕심이 많은 편이다. 같은 음원으로 비교해 본 결과 확실히 결이 다른 좋은 품질의 사운드가 귀와 감성을 사로잡는다.
통상 D 세그먼트, 라지카 등으로 불리는 콤팩트 세단은 대륙을 가리지 않는 매우 치열한 시장이다. 지키려는 강자와 새로운 도전자로 언제나 북새통이다. 볼보는 지금껏 SUV와 왜건으로 쏠쏠한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진정한 프리미엄을 선언한 이상 펀치력 있는 세단 한 대 정도는 필수다. 앞선 S90으로는 재미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S60의 가능성을 크게 보는 이유는 동급대비 넉넉한 뒷자리 공간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이 시장의 대표 모델들은 끊임없이 몸집을 키워왔다. 탄탄한 달리기 실력과 함께 패밀리 세단으로서의 가치도 입증하기 위해서다. 일단 신형 볼보 S60은 합격이다. 더는 뒷자리가 좁아 지갑을 닫게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실내 곳곳에 노력한 흔적도 역력하다. 시트 등받이와 헤드 라이닝의 머리 공간을 파내었다. 거주성 확대를 위한 조금의 가능성도 상품에 연결시켰다. 단점도 눈에 띈다. 사륜구동 모델을 위한 설계로 센터 터널이 높게 솟아있다. 때문에 뒷자리 가운데 성인이 앉으면 영 어정쩡한 자세가 연출된다.
국내에 들여온 볼보 S60은 모두 T5 모델이다. 직렬 4기통 2L 터보 가솔린 엔진에 아이신제 8단 기어트로닉(AW TG-81SC) 변속기를 탑재했다. 최고출력은 254마력(5,500rpm). 적지 않은 출력이지만 35.7kg·m의 최대토크가 약간은 아쉽다. 요즘에는 앞자리 ‘4’를 가리키는 친구들도 많다. 화끈한 스포츠 세단을 기대하고 있다면 S60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 스포티한 성향으로 발돋움 한 건 맞지만 ‘스포츠 세단'으로 불리기에는 애초부터 지향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자로 그을 수 있는 명확한 기준 따윈 애초에 없다. 다만 시종일관 여유로운 변속기 로직과 전자식 서스펜션의 부재, 느슨한 스티어링 기어비(16.2)의 세팅은 칼같은 민첩함과는 거리감이 있다. 참고로 스티어링 록투록은 3.0턴이다.
가속페달의 반응은 경쾌하다. 출발과 중속(80km/h 이하) 영역에서의 재가속 능력이 발군이다. 그러나 급격한 엔진 회전수의 변화를 변속기가 재빠르게 감당하지 못한다. 계기판 우측(RPM) 게이지가 오르는 만큼 화끈한 가속력을 몸으로 체감하긴 어려운 수준이다.
인상적인 건 중저속 영역에서의 노면 요철을 다루는 솜씨. 능수능란하다 못해 세련된 느낌마저 든다. 웬만한 크기의 스피드범퍼(방지턱)는 하체가 알아서 집어 삼킨다. 승객에게 충격을 전달하지도 출렁이지도 않는다. 다만 다리와 도로의 이음새나 깊게 파인 노면을 고속으로 지나면 뒷바퀴가 조금씩 허둥댄다. 리프 스프링의 영향도 있을 거란 판단이다. 타이어는 콘티넨탈 ‘프리미엄콘택 6’가 기본으로 달린다. 실제로 경험한 건 이번이 처음. 서머타이어에 분류되나 상위 퍼포먼스 수준의 ‘콘티 스포츠콘택’에 미치지는 못한다.
연비는 평균 80km/h로 40km를 주행한 결과 17.2km/L로 준수한 수치를 보였다. 그러나 평균속도가 30km/h로 아래로 떨어지는 퇴근시간에는 이야기가 달라졌다. ‘엔진 스타트&스톱’을 켜고도 L당 7.4km를 달릴 수 있었다.
반자율 주행 기능을 포함해 안전 장비는 등급에 상관없이 모두 기본이다. 특히 파일럿 어시스트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유용하다. 작동 방법도 간단하다. 운전대 왼편 리미터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된다. 속도에 관계없이 켤 수 있는 것도 매우 큰 장점. 차로 유지보조 기능이 켜지면 상당히 강한 힘으로 운전대를 콘트롤 한다. 마치 “이 정도 도로쯤은 볼보를 믿으셔야 합니다"라고 우쭐대는 듯해 보였다. 교차로처럼 양옆 차선이 모두 지워진 상황이 아니면 녹색불(차선 인식)도 꾸준히 이어진다. 고속도로만이 아닌 저속 시내 구간에서도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예뻤지만 아쉬웠던 세로형 디스플레이를 짚고 마무리하겠다. S60에는 국내형 내비게이션이 탑재된다. 센터 스크린을 가득 채울뿐더러 계기판에도 보기 쉽게 구현된다. 하지만 휴대폰을 연결해 내비(애플 카플레이)를 구동하면 스크린 아래쪽 일부에 가로로 표시된다. 스마트폰 화면 크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 또한 계기판과 HUD에도 표현되지 않는다. 한국형 내비와 카플레이 지원까지는 좋았지만 큼직한 가로형 디스플레이에 비해 답답한 모습이다.
“그런데 S60, 중국에서 만든 거 아닌가요?”, 2박 3일간 4명에게 듣게 된 질문이다. 국내에 수입되는 3세대 S60은 미국(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생산된다. 우리 돈 1조3천억 원 가량을 들여 새롭게 지은 공장이라고 한다.
Editor’s note
볼보 S60을 마음먹었는데 어떤 등급을 살지 고민되는가? 과감히 인스크립션을 추천한다. 모멘텀과 인스크립션의 가격 차이는 600만 원. 하지만 서라운드 뷰 카메라, 나파 가죽과 1열 마사지 통풍 시트, 바워스 앤 윌킨스 사운드 시스템, 파크 어시스트 파일럿(자동 주차) 등을 포함해 총 19가지가 업그레이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