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8세대 쏘나타가 출시됐습니다. 완전히 달라진 스타일로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여기에 새롭게 시도된 옵션도 흥미를 끌었습니다. 바로 '빌트인 캠'입니다. 이 옵션만 챙기면 굳이 출고 후 블랙박스를 장착하기 위해 시간을 낼 필요도, 내장 트림을 떼어낼 필요도 없습니다.
빌트인 캠의 장점이 또 있습니다. 배터리 방전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죠. 배터리 문제가 생겨도 차주를 탓할 오해 소지가 하나 줄었습니다. 이전까지는 배터리가 방전되면 밖에서 장착한 블랙박스부터 의심했었잖아요. '블랙박스 때문에 차에 이상이 생기면 잘 고쳐주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쉽게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위 사람 대부분은 차를 사면 블랙박스부터 답니다. 이렇게 찜찜한데도 말이죠. 의문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왜 꼭 필요한 블랙박스를 달면서 배터리 고민을 하고 있었을까요. 방전과 보증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일반 배터리는 보증될까? '현대차'에 물어봤다.
자동차에 생길 수 있는 문제에 답은 대부분 매뉴얼에 있습니다. 곧바로 신형 아반떼의 취급 설명서를 펼쳐 봤습니다. 정기 점검 '배터리' 부분에서 블랙박스에 관한 내용을 찾을 수 있었죠.
또한 '블랙박스에 의한 배터리 방전 및 관련 부품 고장'은 보증 항목에서 제외했습니다. 그러나 필자를 포함한 다수 차주들은 블랙박스를 장착해 보증 항목의 일부를 포기하고 있었습니다. 배터리 자체에 대한 보증은 어떨까요? 취급 설명서에서는 찾을 수 없어 브랜드 공식 소비자 센터에 물어봤습니다.
하이브리드나 전기차의 고전압 배터리는 6년, 10년 보증을 자랑했지만 일반 배터리에 대한 이야기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소모품이라 안 된다니. 넓게 보면 배터리는 모두 소모품에 속합니다. 그러나 확인한 내용에 따르면 블랙박스를 다는 순간, 소비자는 배터리의 제조상 문제를 밝히기 쉽지 않습니다. 어불성설은 또 있습니다.
사라는 이야기? 사지 말라는 이야기?
현대모비스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자동차 전문 부품기업. 지금도 모비스가 판매하는 블랙박스들을 쉽게 찾을 수 있죠. 그러나 자동차 취급 설명서에는 '절대 장착하지 마십시오'라고 적혀있습니다. 크게 보면 하나의 기업 안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격. 소비자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현대'라는 이름을 믿고 모비스 제품을 사도 이상이 생기면 현대자동차는 책임을 질까요? 일단 취급설명서에는 블랙박스를 '절대' 설치하지 말라고 되어 있는데 말이죠.
수입차의 경우는?
수입차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일반 배터리에 대한 보증 이야기를 찾기가 어렵죠. 볼보와 르노 클리오는 일반 배터리 보증을 '2년/4만km로 제조상의 결함이 있을 때 가능하다'라고 안내합니다. 물론 블랙박스를 장착했으면 배터리 보증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인기 있는 독일 3사는 PDI(Pre Delivery Inspection)에서 '순정' 블랙박스를 달아 출고 받을 수 있습니다. 블랙박스 자체 품목과 관련 전장 부품을 보증 받을 수 있습니다. 역시 배터리는 제외됩니다.
'새 차 뽑아서 블랙박스 달면 안 되는 이유'라는 타이틀에 놀란 독자들도 있을 것입니다. 수많은 아니, 대부분의 오너들이 차를 출고하면 블랙박스부터 달고 있기에 역설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절대' 하지 말라는 행위를 하고 있었으니 말이죠. 언제나 다수의 행동이 옳은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꼭 필요한 블랙박스로 배터리와 관련 전장 부품에 대한 보증에 대한 부분을 알기도 전에 놓치고 있는 것입니다. 제조사는 보증을 거부하고, 자사의 액세서리만을 고집하는 분위기입니다. 도대체 소비자의 선택 권리는 어디서 찾아야 하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