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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이발소 풍경

by damotori

by 다모토리
Alpa 6c / 50mm F1.8 Switar / TX , Photo by damotori


어릴 적 시골 동네 어귀 한 구석...


어김없이 늘 자리 잡고 있던 조그맣고 꾀죄죄한 산골짜기 낡은 이발소. 거기엔 언제나 세월의 역사를 간직한 민들 민들 해진 조그만 타일들과 손잡이 없는 멱 감는 물통이 놓여있었다. 그 옆에 있는 연탄난로 위에는 찰랑찰랑 멱 감는 물이 따스한 김을 내뿜고 있고 그 물통 속에서 건진 따뜻한 물과 찬물이 동시에 머리 꼭대기에서 쏟아져 내려오면 눈과 코 사이로 줄줄이 흐르던 그 차지도 뜨겁지도 않았던 살가운 느낌들이 기억난다.


그리고 들어오는 문 양쪽으로 면도날을 가는 낡은 조각천이 늘어져 있던 정겨운 풍경까지.... 그렇게 시골 이발소는 누구에게나 추억으로 자리 잡은 동심의 공간이었다. 평생 이발사로 살아오신 주인아저씨는 미군부대에서 중고로 가져다 놓은 이발 의자들이 이제는 낡아 뒤로 잘 넘어가지 않는다고 투덜거리시지만 그래도 본전은 다 뽑았다며 껄껄 웃으시던 그 모습.


그 추억의 풍경이 이젠 도시화에 밀려 언제부터인가 옛 일이 되어 버렸다. 아버지의 손을 잡고 주말이 되면 찾아가던 이발소 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잔잔한 뽕짝과 남자들만의 수다 소리가 봄을 기다리는 마음처럼 아련하게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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