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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의 기록, 올림푸스-PEN

by damotori

by 다모토리
소풍 가는 날의 기록, 올림푸스 - PEN

아날로그 소품창고 PIC-2.jpg


올림푸스사에서 나온 'Pen EE-3'라는 작고 앙증맞은 하프판 카메라가 있었다. 이 녀석은 일반 필름 36장짜리를 넣으면 무려 72장이나 곱으로 찍을 수 있어 어릴 적 소풍 가는 날이면 늘 동네 사진관에서 필름 한통과 함께 천 원에 빌려서 사용하곤 했던 추억의 카메라다.


솔밭 가지 사이에서 사이다와 김밥을 함께 먹고 있는 초등학교 친구들, 교련복을 입고 광란의 댄스대회를 열었던 고등학교 소풍 때, 밴드를 하겠다며 시골 빈집에 악기를 사다 놓고 유명 밴드를 꿈꾸던 학창시절의 기록까지 이 조그만 녀석은 내 청춘의 거의 대부분을 사진으로 담아내어 주었다.


이제는 화려한 스펙으로 무장한 디지털카메라에 빌려서 고물상이나 중고 골동품 시장에나 가야 볼 수 있는 천덕꾸러기로 변해버렸지만 가진 것 없던 시절, 그렇지만 행복했던 지난 세월의 모습을 담아 준 이 작은 카메라가 오늘은 한없이 예쁘게만 보이는 이유는 대관절 무엇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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