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어머니의 낡은 재봉틀

by damotori

by 다모토리
돌아가신 어머니의 유품 중 유독 생각나는 것이 있다.

IMG_3841.jpg


내가 아직 간직하고 있는 오랜 손때가 묻은 어머니의 낡은 재봉틀이다. 기껏해야 자장면 한 그릇으로 어린이 날을 때우던 시절... 어머니는 새 봄을 맞아 형제가 입고 있던 낡고 바랜 옷들을 주섬주섬 모아 이 재봉틀로 새 옷처럼 깨끗한 옷을 다시 만들어 주셨다.


봄마다 새 옷을 입고 싶었던 나는 이 재봉틀이 그렇게 미웠었다. 친구들이 새 옷을 입고 봄 소풍을 갈 때도 나는 여전히 낡은 옷을 기워 만든 새 옷 아닌 새 옷을 입어야 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어머니의 재봉틀을 꺼내 만져보았다. 침침한 눈으로 여러 가지 천을 대면서 아들의 옷을 만드시는 어머니의 생전 모습이 떠오른다. 이제 사 그 꼼꼼한 실밥들이 어머니의 진정한 사랑이었음을 생각하니

각박한 세상 탓에 말라버렸던 눈에도 그만 슬쩍 눈물이 고인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할머니와 시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