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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원짜리 비닐우산

by damotori

by 다모토리


기억에서 사라진 500원짜리 비닐우산



얼마 전 일이다.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지도 않은 6월의 어느 아침. TV에서 나오는 오늘의 날씨를 유심히 들여다본다. 며칠 전 지나가는 소나기에 한번 된 통 당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벼락같이 쏟아지는 굵은 빗줄기에 놀란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지하철 출입구 문턱에서 주머니를 뒤적거린다.


우산 하나에 싼 것이 5천원. 비싼 녀석은 만원에 이른다. 우산을 사자니 집에 가득하게 쌓인 우산들이 어른거리고 안 사자니 이 빗속을 뚫고 약속시간을 지키기 어려워진 형편인데 그때 옆에 있던 친구가 한 마디 한다.


“예전에 그 비닐우산은 왜 없어졌는지 몰라~ 싸고 좋았는데 말이야”


그래, 그 파란색 비닐에 대나무 가지를 펴서 만든 그 비닐우산... 아! 맞아 그런 게 있었구나. 나는 새까맣게 잊고 있었다. 길가의 사람들은 이제 프라다니 버버리니 하는 명품 브랜드의 우산을 들고 다닌다. 그러다 문득, 서민들에게 파란색 비닐의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줄기 소나기를 피하게 해주었던 그 비닐우산이 가난했던 시절의 추억만은 아니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왜냐 하니까, 첫 데이트 하던 날. 나 역시 그 우산을 들고 있었으니까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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