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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모토리 Mar 09. 2016

사진 찍을 때 'V'자는 왜?

‘사진의 아버지’로 불리는 루이 다게르와 그가 1838년 파리 거리에서 10분 이상 노출을 통해 얻은 사진


1838년 프랑스의 다게르가 은판 사진을 출품해 공식적으로 사진이라는 장르가 시작된 이후부터 2003년에 이르는 긴 세월 동안 사진은 일반인들에게 소중한 추억을 제공하는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 그래서 누구나 집에 가족사진을 걸거나 자신의 추억을 간직한 앨범을 나이가 들어 가족들과 함께 보는 잔잔한 행복을 누릴 수 있었으니까.... 


물론 예전의 사진과 지금의 기념사진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뻣뻣함이 참 많이 자연스러워졌다고나 할까? 그런데 요즘 기념사진들을 보다 보면 진기한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 그게 뭔지 아시는지? 맞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들은 사진을 찍을 때 모두들 두 손가락을 들어 'V'자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 사람들은 왜 사진을 찍을 때 손가락으로 V자를 만드는 것일까?  


카메라를 들이대자 자연스럽게 V자를 그리는 아이들...

  

일상의 사진을 많이 찍는 본인의 사진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이들이 대부분 'V'자를 만들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사실 사진 찍을 때 V 표시를 손가락으로 표시한 맨 처음 주인공은 바로 제2차 세계대전 때 영국의 수상이었던 윈스턴 처칠이다.


2차 대전의 승리를 정치적인 제스처로 표현한 처칠수상


그는 기자들이 자신의 사진을 찍을 때 항상 의식적으로 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이 승리하리라는 뜻으로 Victory란 단어의 맨 앞 자를 손을 만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재밌는 사실은 이 V 표시를 손바닥이 안으로 향하게 보이면 영국에서는 가장 심한 속어가 된다는 것이다. 



이 포즈의 역사는 과거 영국과 프랑스의 백년전쟁에서 나온 포즈라고 한다. 당시 잉글랜드는 강력한 장궁병들을 가지고 있었고, 프랑스는 강력한 기사들을 가지고 있었는데, 아쟁크루 전쟁 중 프랑스군은 승리하면 영국군 장궁병들의 검지와 중지를 잘라버려서 다시는 활을 쓰지 못하게 만들겠다고 큰소리를 쳤다고 한다. 하지만, 결과는 장궁병을 앞세운 영국군이 대승을 거두게 되었고, 후퇴하는 프랑스군을 향해 멀쩡한 검지와 중지를 들어 보이면서 약을 올린 것이 그 기원이 되었다고 한다.


백년전쟁 당시 영국 장궁병의 이미지


말 그대로 승리의 이면에 있는 전쟁의 참담함을 동시에 표현하는 코드로 가장 적합한 제스처가 바로 이 'V' for Victory라는 표현이었던 것인 셈이다....


또 다른 설득력 있는 주장은 제2차 세계대전 때 나치군에게 포로로 잡힌 사람들이 극적으로 살아 돌아오면서 그 사람들이 만든 것이란 이야기가 전해진다. 당시 나치의 포로가 되면 검지와 중지 등 손가락 두 개를 잘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때 살아 돌아온 사람이 자신의 손가락으로 무사함을 알리는데서 유래되었다고 하는데 그다지 신빙성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언제부터 사진을 찍을 때 이 V 표시를 하게 되었을까? 그 유래는 물론 전쟁이 끝난 후 해방이 되면서 일본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란 설이 설득적이다. 당시 일본은 태평양전쟁에서 패망한 후 선진 외국의 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고 자신들을 패망시킨 미군들의 제스처를 그대로 가감 없이 받아들였다는 아이러니한 사실이다.


이후 일본에서 그대로 여과 없이 들어온 승리의 제스처는 우리나라에서도 만국 공통어가 되었고 사진을 찍을 때 가장 자연스러운 포즈가 되었던 것이다. 물론 요즘은 자신감의 표시로도 사용이 되고, 또 하나 평화의 표시로도 사용이 되고 있기도 하면서 그 역사적 의미는 많이 쇠퇴했다....



하지만 승리의 'V' 표시가 표현된 사진들 중에서 팔레스타인 꼬마가 그려 보이는 작은 손가락과 이라크의 바그다드를 장악한 한 미군 병사가 그리는 승리의 사인이 참으로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이유는 뭘까? 똑같은 사람들이 똑같은 사람들을 정치적인 이유로 살육하는 전쟁에서 태어난 'V' for Victory라는 만국 공통 제스처는 이젠 원래의 뜻에서 벗어나 우리가 늘 행복한 일상을 기록할 때처럼 사용하는 평화를 이루는 선언으로 다시 태어나길 바라는 바이다... 물론 이런 연유를 굳이 인식하는 사람들은 이제 거의 없을 테니까... 그냥 그렇다는 얘기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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