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통이 짓고 명박이 허문 청계고가의 아래는 대학시절의 흠흠함이 진득하게 베인..나만의 추억이 서린 공간이었다. 여기라면 때론 주머니 탈탈 뒤져서 점심 한끼를 먹을 수도 있었고, 정체모를 산더미 같은 비디오 테잎들을 헤쳐가며 뜬금없이 리비도의 자취를 찾기도 했다.
고가의 아랫동네라 대낮에도 늘 어두웠던 그곳에서 우린 막걸리를 들이켰고 툭하면 집까지 걸어갔다.문득 어머니 생각이 간절할 때면 시끄러운 난장 속에 묻혀 과거를 잠시 잊기도 했고.. 그 위를 지나가는 쏜살같은 차량의 의미를 애써 덮어두려 노력한 시간이었다.
고가가 헐리면서 민낯이 드러난 것은 어쩌면 반전이었다. 도시에서 숨을 곳을 잃어버린 불쌍한 청춘은 그렇게 다시 환해진 세상속으로 뻔뻔하게 들어가야 했다. 그리고 나의 추억은 서서히 잊혀졌다. 그때로 돌아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