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6년 12월 14일 늦은 밤.. 남한산성 내행장에 들인 소반엔 찰진 밥 한 그릇과 밴댕이 젓과 간이 맞지 않는 시래깃국 한 그릇이 전부였다. 피란 통에 수라간 간장독이 깨져버린 탓이다. 늙은 제조상궁은 부랴 민가에서 간장을 얻어다가 국 간을 맞추었다. 하지만 거기엔 민초의 흙냄새가 진하게 배어있었고 임금은 수저를 들 때마다 그 냄새에 울음을 터뜨렸다. 늙은 상궁도 초랑에 비껴 같이 흐느꼈다. 이 시대 피난 길에 버금가는 국정농단을 자행해도 지난 날의 슬픈 밥은 존재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