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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모토리 Apr 18. 2017

버스 오디세이

15년 전  <19번 시내버스>의 풍경을 기억하며

Leica dIII / 50mm Red Elmar F3.5 / EPP


영국 작가 Tom wood의 사진집 버스 오디세이를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 리버풀이라는 작은 소도시에서 20년간 운전면허도 없이 그저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기록한 주변의 삶의 풍경들은 우리의 시선을 다시 한번 색다르게 바라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다고 내가 20년 동안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사진을 기록하지는 못할 것 같고 해서 그냥 하루 따라 하기를 시도해 보았다. 성격상 남이 한 것을 잘 따라 하지는 않지만 이번 경우에는 좀 느낌이 색달랐다. 맨날 버스에서 공상이나 상상... 뭐 이런 것만 생각하다가 내리고 타곤 했던 기억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Leica dIII / 50mm Red Elmar F3.5 / EPP


버스는 나에게 있어선 일상이다. 밥을 먹으려면 밥솥이 필요하고 수다를 떨려면 커피 한 잔이 필요하듯 누구를 만나고 일을 보고 어디론가 흘러가기 위해서는 버스를 타야 한다. 글쎄.. 요즘 많은 사람들은 자가용을 타고 다니고 또는 안 막힌다는 이유로 전철을 많이 타곤 하지만 내게 버스는 운송수단 이상의 어떤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는 것은 버스에는 일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엄마와 아이들, 보따리를 든 행상 아주머니, 지팡이에 의지한 할아버지, 하굣길 학생들의 수다, 졸음에 고개를 꺼덕이는 40대 샐러리맨 가장까지 그 좁은 버스 한 칸에는 수많은 인생들이 타고 내리고 또 지나간다.

            

올림푸스 XA / Zuiko 35mm F2.8 / EPP
올림푸스 XA / Zuiko 35mm F2.8 / EPP


또 하나는 지나가는 우리네 풍경이다. 지하철 밖은 언제나 깜깜하다. 그러나 버스는 우리의 삶의 길을 지난다. 노점에서 가게, 그리고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집으로 가는 사람들 그저 일상적으로 바라보았던 모든 삶의 행위들이 복합적으로 보이는 것이다. 난 그런 일상성이 좋다. 

           

Leica dIII / 50mm Red Elmar F3.5 / EPP
Leica dIII / 50mm Red Elmar F3.5 / EPP
Leica dIII / 50mm Red Elmar F3.5 / EPP


19번 버스를 탔다. 도봉에서 동대문과 왕십리를 거쳐 중곡동에서 면목동 그리고 청량리로 이어지는 난해한 코스의 노선이다. 어디에서 출발했는지 그리고 어디를 가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목적으로 버스를 타 본 적이 있는가? 서울이라는 동네가 신기해서 고등학교 2학년 때 성내에서 무작정 21번 버스를 타고 하루 종일 서울을 돌아본 기억이 있다. 난 그때의 뭉클한 감정을 지금 다시 한번 느끼고 있다. 

        

Leica dIII / 50mm Red Elmar F3.5 / EPP
올림푸스 XA / Zuiko 35mm F2.8 / EPP
올림푸스 XA / Zuiko 35mm F2.8 / EPP
올림푸스 XA / Zuiko 35mm F2.8 / EPP


버스를 탄 사람들. 바쁜 사람들이다. 가족을 벌어먹여 살리기 위해 어디론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해야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난 그 사람들을 어디엔가 담는 행위를 해야겠다고 느꼈었던 기억이 난다.


Leica dIII / 50mm Red Elmar F3.5 / EPP
Leica dIII / 50mm Red Elmar F3.5 / EPP
Leica dIII / 50mm Red Elmar F3.5 / EPP
Leica dIII / 50mm Red Elmar F3.5 / EPP
Leica dIII / 50mm Red Elmar F3.5 / EPP
올림푸스 XA / Zuiko 35mm F2.8 / EPP
올림푸스 XA / Zuiko 35mm F2.8 / EPP


2002년 11월 18일 다모토리 
촬영 기종 - 올림푸스 XA, Zuiko 35mm F2.8, EPP / Leica dIII, 50mm Red Elmar F3.5, E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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