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봄날... 8년 전 맛집을 추억하며
아직 안 없어졌구나.. ㅋ
8년 전이다. 신당동 목재 골목에 있다는 유명한 홍어 찜하는 집을 찾아갔다. 이런 길을 지나가야 한다. 전화번호 없으면 찾기도 힘들다. 그런데 그냥 갔다. 형근 형이랑 제대로 된 홍어찜을 한번 먹어보기로 한 것이다.
“신당동 골목에는 30년 전통의 홍어찜 집이 있다. 언제나 한결같은 홍어찜과 할머니가 직접 담그는 막걸리 맛은 홍어 마니아들에게 이미 소문이 자자하게 나 있다." 이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텍스트였다. 그리고 거기엔 저녁 8시까지 밖에 장시를 하지 않는 30년 홍어집이 있었다. 마치 오래된 옛날 목욕탕 같은 느낌의 타일로 채워진, 이상한, 야릇한, 비좁은...
많은 홍어 마니아들이 홍어찜 하나만큼은 장안에서 제일로 쳐주는 집인 만큼 홍어찜은 아주 독특하다. 아주 맵다. 이런 거 처음이다. 사실 엄청 맵다. 그런데 이게 오리지널이란다. 나는 맛이 좋았는데 매운 것에 잼병인 형근 형은 손사래를 치면서 괴로워했다. 하지만 여기에서 할머니가 직접 담그는 막걸리는 아주 맛있었다. 물론 이 맛마저도 특이한 맛이다. 달지도 않고 쓰지도 않고 아주 적당한 맛이다. 옆 테이블을 힐끗 보니 껍질까지 썰어져 나오는 홍어회도 특색이 있어 보였다.
양배추를 살짝 걷어내면 고추양념과 매콤한 홍어 살이 나온다. 홍어만큼이나 고추양념이 맛있다. 주인 할머니에게 고추양념 없이도 주문이 가능하냐고 형근 형이 물었다. 가능하단다. 그런데 아주 조금은 넣어야 맛있다고 하시면서 아주 조금은 넣을 거라고 강조하신다. 내 생각엔 많이 넣으실 것 같다. 고로 고추양념이 안 들어 간 홍어찜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겠다.
이 집 막걸리가 앉은뱅이 술이다. 넋 놓고 먹다가는 정신 줄까지 놓을 정도다. 홍어와 막걸리의 절묘한 퀄리티의 배합이 이 집 장사의 든든한 베이스캠프이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냄새가 진동을 한다. 비닐에 넣어두면 모를까. 여기는 거의 유격장 가스실을 방불케 한다. 2차로 이동시에 도보 외엔 대안이 없을 듯싶다. 그날 택시를 타고 이동했는데.. 택시기사님께서 약간의 호흡곤란 증세를 느끼며 괴로워하기까지 했다.
주인 할머니는 이회임 할머니다. 조지 오웰처럼 남의 식문화에 관심과 애정이 많다. 섭섭하게 먹거나 가르쳐 준대로 먹지 않으면 바로 중앙상황실에서 통제가 떨어진다. 이게 얼마나 비싼 고춧가루인데, 이걸 다 헤집어 놓고 버려! 이게 정말 제 맛 인디.. 니그들이 이 맛을 알기는 알어야? 그러신다. 우리는 몰랐다. 형근이 형 고추 먹고 맴맴 하다가 떡 실신 일보직전까지 갔다. 총평은 안기부 대공분실에서 홍어회 고문을 당하는 것을 상상하면 된다. 즐거운 고문. 그러나 이 고문의 후유증은 여기를 거치면 누구나 일반 대중들과 쉽게 섞일 수 없다는 병증을 겪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마저 즐거이 받아들인다면 당신은 여기서 홍어 찜의 참맛을 발견하게 될지어다.
신당동 홍어찜 : 서울 중구 다산로 48길 17-5 / T : 02) 2252-54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