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맛있는 멜론은 있다

다모토리 과일 농부 이야기_청양멜론 조성호

by 다모토리
Essay of Fruit_Melon


한낮의 뙤약볕에 하루 종일 시달리고 심한 갈증을 느낀 사람들은 야밤에 우르르 마트로 몰려들었다. 거기엔 산더미 같이 쌓여있는 다양한 형형색색의 과일들이 사열을 하듯이 늘어서 있었고 더위에 지친 사람들은 그 산더미 같은 사열대 속을 샅샅이 뒤집으며 자신만을 위한 과일을 고르고 있었다. 이윽고 군중들 틈에서 누군가가 달콤하게 속삭였다.


“어머~이 멜론 맛있어 보이네!”


그러자 남편으로 보이는 이가 시큰둥하게 반응한다.


“맛있는 멜론? 그런 게 있기는 한가?”


그러자 부인은 실망을 한 듯 힘들게 고른 멜론을 다시 진열대에 내려놓으며 다른 과일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한다. 포기는 순식간이다. 나는 카트를 끌고 가 그 부인이 골랐던 멜론을 내 카트에 잽싸게 담았다. 맛있는 멜론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기에 나는 그 멜론에 그렇게 끌렸는지도 모르겠다. 하긴 나 역시 맛있는 멜론을 먹어 본 기억이 전혀 없다. 밍밍한 쓰라린 기억만이. 오늘의 가장 큰 유혹은 그것이었다. 맛있는 멜론은 도대체 어떤 맛일까라는 단순한 궁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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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 어얼스멜론 농부 조성호


“맛있는 멜론요? 당연히 있죠~ 그건 먹어본 사람만이 압니다. 일단 한번 입안에 넣어보면 다음부터는 그걸 안 먹고는 견딜 수 없게 만드는 그런 멜론이 맛있는 멜론이죠. 그저 당도만 높다고 맛있는 게 아니에요, 당도가 같아도 진짜배기는 풍미가 다르죠, 그걸 말로 하긴 정말 힘들어요~”



서울에서 1시간 20분. 맛있는 멜론을 찾기 위한 여정치곤 다소 싱거운 걸음이라고 생각했다. 콩밭 메는 아낙들이 즐비할 거라고 상상하며 내린 칠갑산의 고장, 청양은 작지만 신선하고 부드러웠다. 바람은 스치듯 산허리를 감싸고 햇빛은 가지런해서 마을 모양새를 더욱 그럴듯하게 만들고 있었다.


한국 멜론의 모태이자 국내 멜론 산지의 메카로 알려진 청양멜론의 대부를 만나기 위해선 한적한 시내에서도 좀 더 구부러진 산 능성이를 여러 개 더 넘어야 했다. 마을버스를 갈아타고 청양군 남양면 봉암리에 내렸다. 칠갑산 자락에 걸쳐진 청양의 나지막한 분지들이 아름답게 다가온다.



오는 시간에 맞춰 조성호 대표가 반갑게 맞아주셨다. 자존심 넘치는 말투에 투박하고 거친 손, 그는 보기에도 천상 농부였다. 맛있는 멜론을 생산한다기에 왔다고 하니 헉~ 하고 웃으신다. 촌놈도 맨날 먹는 맛있는 멜론을 나이 먹을 만큼 먹은 도시 놈이 아직 맛도 못 봤다고 하니 끌끌거리며 날 하우스로 안내한다.

“요즘 가물어서 난리라고 하지요? 여기 청양은 끄덕 없어요. 신선한 물이 끊이지 않아요. 청양 멜론이 전국 제일로 맛있는 이유이기도 하죠. 사람들이 여기 청양이 고추나 구기자가 유명하다고만 알고 있는데, 천만의 말씀입니다. 청양 멜론은 출하시기가 되면 없어서 못 드려요. 허허”


조성호 대표 말 그대로다. 청양은 충청남도의 정 중앙에 위치해 있고 무엇보다 주변에 대치천, 장곡천, 지천 등 산속 하천들이 아름다운 풍광을 뽐내며 능선을 따라 금강으로 모여든다. 산간 계곡과 분지가 풍부한 지형에 일교차가 크고 통풍이 원활한 기후, 산골이지만 햇빛이 넘치고 자갈 땅이라 배수 걱정도 없다. 게다가 해풍까지 적당히 불어 아삭한 맛이 나면서도 향과 당도가 높은 명품 멜론 생산에 딱 알맞은 조건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청양은 국내 멜론의 주산지다. 멜론은 수박보다 섬유질은 9배, 당질은 2배나 많아 피로 회복에 그만인 과일. 타 지역 멜론보다 청양멜론은 당도가 높고 맛과 향기가 좋을 뿐 아니라, 과육이 많고 부드러워 최고의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해외 수출을 하고 있는 청남면 멜론과 당도가 높기로 소문난 장평면 멜론, 그리고 집약적 농업으로 고품질만 고집하는 조성호 대표의 남양면 ‘얼스 멜론’이 대표적인 청양의 프리미엄 멜론농가다.


“한 나무에 하나씩 열리는 멜론은 파종부터 수확까지 100~105일이 걸리고, 1년에 여러 번 수확하죠. 고객들에게 좋은 호응을 얻는 이유는 우선 당도가 적당하고 육질이 좋기 때문입니다. 30여 년의 재배기술 노하우를 바탕으로 엄격한 품질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고품질 상품화를 이뤄냈거든요. 당도를 측정한 후 저 품질 멜론은 유통시키지 않고 폐기 처리하고 있습니다”


난 조성호 대표의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 있다가 입이 간지러운 듯 괜히 너스레를 떨면서 물었다.

“대표님, 그런 일반적인 얘기 말고요, 그런 거 있잖아요, 왜 여기 멜론이 진짜 맛있는지 그 이유 말입니다. 그중 진짜 딱 하나를 꼽으라면 어떤 걸 자랑하실 건가요?”


“어이구, 하나? 그걸 루 맛있는 멜론을 어떻게 만들어? 말도 안 되지. 허허”



조성호 대표는 멜론의 맛은 정성에 비례한다고 자신한다. 모든 자연 열매들이 농부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 발소리에 뭔가를 더해줘야 멜론들이 감동을 받는다는 소리다. 그 핵심엔 땅이 있었다. 인간에게 땅은 뭔가를 수확하는 원천이지만 멜론에게 땅은 부모나 마찬가지. 뿌리를 박고 자라나게 해주는 가장 기본적인 생명의 근원이 바로 땅이다. 이 땅을 정성스럽게 대해주면 멜론이 감동한단다.

조성호 대표의 어얼스멜론을 키워주는 땅은 대략 2천 평에 약 8kg의 화학비료만 사용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적게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멜론농가 중 하나라고 확실하게 자신한다. 화학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시기를 지나면 땅에게 다시 자연 상태로 풍부한 영양을 공급한다. 생짚이나 풀로 직접 비료를 만들어 뿌려줌으로써 땅의 물리력과 생명력을 극대화시키고 있었다.



이런 땅에서 자란 멜론은 뭔가 맛이 다르다. 기본적으로 우수한 지형과 기후를 지니고 있는 청양에서 재배한다는 장점도 있지만 땅에 정성을 더해 생명력을 길러줌으로써 당도는 높이고 보관 역시 기타 멜론보다 3일 정도 더 지속성이 뛰어난 풍미가 넘치는 멜론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풍미요? 그건 어떤 맛인가요?”


“멜론이 익기 시작하면 초 여름 저녁에는 멜론 내음으로 동네가 진동을 해요, 참기 힘들지. 그런 향을 마구 뿜어대는 놈이 어떻게 맛있지 않을 수가 있겠어. 그런 멜론은 말이야, 먹다 보면 손이 쩍쩍 풀처럼 들러붙어. 당도가 엄청난 거지. 한번 먹어본 사람은 그 맛에 대한 기억을 지울 수 없어, 그래서 단골이 생기는 거고.”



그 말은 사실이었다. 조성호 대표의 어얼스 멜론은 한해 보통 6월 말에서 11월 초순까지 꾸준하게 출하되는데, 한번 출하할 때 하우스 4개 동에서 대략 8천 개의 멜론이 출하된다고 한다. 그런데, 출하 때만 되면 기존 단골들의 주문 쇄도로 인해 팔고 싶어도 팔 멜론이 남아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즐거운 비명이다.


다소 생소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과일에도 분명 명품이 있다. 과일의 경우 가격 수준보다는 신선하고 안전하며 생산지에서 널리 유통되는 브랜드를 명품으로 치고 있다. 조성호 대표의 어얼스 멜론은 그런 의미에서 분명 명품이다. 그리고 거기에 하나만 더한다면 세계에서도 통하는 프리미엄 급으로 치고 올라갈 가능성마저 존재한다. 그건 농부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덕목, 바로 정성과 자존심이다. 청양멜론으로 세계 정복을 꿈꾸는 그의 희망이 헛되어 보이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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