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이 내린 날.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역세권 주변은 온통 아수라장이었다. 뒤죽박죽 엉망이 된 시장 골목. 배려 없이 들고 들어오는 우산들의 칼날과 아무데서나 털어버리는 견공 같은 눈덩이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그 틈새 사이로 적잖이 실망한 것 같은 노점상 아저씨가 담배를 피워 물고 있다. 하루살이 장사를 눈으로 다 망친 그 날, 텅 빈 주머니에 걱정만 가득 리어카에 싣고 들어가야 하는 그 아저씨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세상은 아직 아름다운 것만 담기엔 너무나 힘든 고갯길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