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을 때가 있다. 아무리 아름다운 추억이라도 세상살이의 편안함 앞에선 모두가 무력하다. 이 길은 내가 태어난 고성군 거진읍 거진 4리 1반 216번지이다. 여름이 시작되면 양쪽 집에서 모두 멍석을 길가에 꺼내어 오르막 길을 따라 길게 저녁상이 마당에 차려지곤 했던 길이다. 아이들은 이 골목을 뛰어다니며 매일 저녁 뷔페를 경험했다. 이젠 허물어져 담벼락이 생기고 앞집의 풍경은 가려졌다. 나는 지금 그 아련한 길로 마치 연어가 되어 아가미를 꿈벅거리며 회귀하듯 걷고 있다. 이제 다시 바다로 나갈 일은 없는 연어의 마지막 회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