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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모토리 Aug 12. 2019

독보적 캐릭터가 재앙이 될 때 <일렉트릭 미스트>

일렉트릭 미스트(2009)_ 베르트랑 타베르니에

(In The Electric Mist, 2009)                                                                        


이름 보고 걸었다가 망하는 영화가 왕왕 있다. 사람들이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런 영화 뒤지면 수두룩하게 나온다. 안타깝게도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제임스 리 버크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타베르니에의 <일렉트릭 미스트> 역시 결론적으로 말하면 본 대열에 합류했다.   


베르트랑 타베르니에_일렉트릭 미스트 (In The Electric Mist, 2009)=



일단 먼저 궁금한 거 하나! 이거 국내 수입은 케이앤 엔터테인먼트가, 배급은 CJ엔터테인먼트가 담당했다. 난 우선 얘네들이 도대체가 무슨 생각으로 타베르니에 영화를 국내 개봉 극장에 걸 생각을 했을까가 궁금했다. 이제 돈 안 벌고 예술하기로 했나? 것도 아니고... 그럼 뭐야? 아하! 타베르니에가 약간 정신 차린 듯 대중성을 띠니까 아예 선점하기로 작정했나 보지? 얼래.. 음.. 이것도 아냐. 그렇다면 모야.. 모야...? 


'In The Electric Mist'의 한 장면
'In The Electric Mist'의 한 장면
'In The Electric Mist'의 한 장면


결론은 한 가지다. 궁극의 '토미 리 존스'다. 별 5개가 모자란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긴장감과 스릴러의 극치 <엘라의 계곡>, 그가 직접 감독, 주연을 담당해 북 치고 장구치고 만든 수작 <멜키아데스 에스트라다의 3번의 장례식(The Three Burials of Melquiades Estrada)>. 그리고 모두가 기억하는 <도망자> <맨 인 블랙> 등등..

특히,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존스의 연기는 기절초풍 덩어리다. 물론 하비에르 바이뎀의 표정연기도 엄청난 충격이었지만 존스의 과거지향적인 늙은 경찰 연기는 연기 배우의 품위가 어떻게 유지될 수 있는가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안겨주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어쩌면 능가하는 연기의 절정이라고나 할까.

위에서 나열한 3개의 영화 모두 존스는 똑같은 복장에 똑같은 모자를 쓰고 심지어 똑같은 헤어스타일을 지닌 채 등장한다. 와우... 그런데도 관객은 또 속았다. 심지어 와이프 캐릭터들도 비슷하다. 오우! 근데 이건 아니잖아. 타베르니에는 좀 너무 했다. 이 영화... 원작이 있다. 대부분 원작보다 좀 낫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스토리는 일반적이지만 영화는 완벽한 사실주의적이다. 


감독의 경향이 원래 그렇다. 그 흔한 긴장감의 배경음악조차 없다. 다 현장음이다... 당근 집중도 떨어지고, 중언부언하는 것처럼 보이고, 수평적 플롯 전개가 사람들(관객)을 시험하는 수준으로 지루하게 치달을 수밖에 없게 유도한다. 

'In The Electric Mist'의 한 장면
'In The Electric Mist'의 한 장면


물론 타베르니에의 아주 개인적이면서 사실주의적인 스릴러 차용의 묘미를 느끼고 광분하는 오덕후들은 여기서 훅 갈 수도 있다. 그런데 나를 실망시킨 결정적인 요인은 토미 리 존스가 4번째로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차를 타고, 똑같은 동네에서 살며, 똑같은 나이 때에, 똑같은 고민을 하는 시골 형사로 나온다는 점이다. 이건 아니지. 분위기도 똑같다. 

영화를 보다가 갑자기 졸면 이게 노인을 위한 나라인지... 엘라의 계곡인지... 3번의 장례식 추격신인지 절대 알 수 없다. 진짜다! 알 수 없다. 잠깐 졸았는데.. 깨나 보니 황당했다. 젠장 그래서 비교해 봤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엘라의 계곡
일렉트릭 미스트


이 정도면 흥행하는 게 이상한 거다. 그래도 마니아들은 있나 보다. 존스를 위한 영화이다 보니, 존스 덕후들은 심한 평점들을 주고 있다. 나도 존스의 연기.. 굉장히 좋아한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이렇게까지 똑같은 캐릭터에 또 등장했어야 하나 하는 의문부호 하나는 찍고 싶었다. 끝까지 봤다. 


담부터 이런 영화 개봉관에 자주 걸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갠 적으론 심심하지만 몰입도가 아주 없지는 않아서 끝까지 보았다. 약간의 반전은 있다. 스포일러라고 굳이 말할 필요도 없는 반전이지만 흥행성적을 위해서가 아니라 존스의 이런 연기도 우린 극장에서 보고 싶을 때가 있지 않은가 말이다. 


아마도 5번째로, 똑같은 캐릭터로 분한 토미 리 존스가 곧 등장할 것이다. 그때부터는 스티븐 시갈 되는 거다. 척 노리스 되는 거다. 그러니 이젠 좀 그만 했으면 좋겠다. 존스 형아.... 시골형사, 동네 보안관, 이젠 제발 그만해...! 부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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