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간성읍 교동리_쿠쿠와 고욤주

CHAPTER 2. 첩첩산중에서 망망대해까지 (춘천-속초)

by 다모토리


진부령을 넘고 동해안에 접근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동네에 친한 목수형이 산다. 교동 100년 나이의 밤나무 옆집 장목수 산장이다. 오랜만에 갔더니 새로운 식구가 생겼다. 삼 개월 차 믹스견 쿠쿠다. 거친 주인장 비위를 맞추느라 벌써 손, 굴러, 집으로를 완벽하게 구사한다. 쿠쿠가 돌아다니는 통나무집 한가운데서 술자리를 벌였는데 새벽까지 술잔이 이어졌다.



옆동네 거진에서 생선찜을 제일 잘한다는 이모네 식당에서 장치찜을 안주로 받아와 세상살이 이야기를 하던 중 목수형과 후배가 그만 술에 취해 이상한 화두에 몰입되었는데, 주제가 참으로 난망하였다.

승: 뭔 개소리여, 결혼안해도 행복할 수 있다니까.
김: 안돼, 형 그건 불가능하다니까~자꾸 왜 기리나?
승: 얌마, 내가 행복하다는데 니가 웬 지랄이여
김: 안돼, 안된다니까~아~진짜, 이 형 땜에 돌겠네


둘이 그렇게 쓸데도 없는 얘기로 날밤을 지새우다가
술이 목구멍까지 차오를 무렵 장목수형이 뭔 담근 술을 슬그머니 꺼내놓는다.


“어? 이거 뭔술이셔?” 그러자
“고욤주 모르냐? 함 마셔봐라~디진다”



아! 이렇게 달큼한 담근주는 처음이다. 고욤은 고염으로 불리는데 그냥 미니 감이라 생각하면 된다. 감나무에 열매를 맺게 하려면 반드시 고욤나무로 접붙이기를 해야 한다. 그런데 접목나무에도 열매가 열린다. 그게 바로 고욤 열매다. 마당에서 아무렇게나
자란 고욤 열매를 아무 생각 없이 담갔다는데, 그 맛이 대단히 달고 달아서 기똥찼다.


“왓!!!! 이거 뭐냨!!!”



2kg 정도면 시중에서 2만 원 한단다. 잘 익은 고욤나무 열매를 깨끗이 씻어 건조시킨다. 그다음 병에 반 정도를 채운 후 소주를 붓는다. 고욤 열매가 원래 무른 과일이라 30도 이상을 사용해야 한다. 100일 숙성 후 100일간 후숙 하면 궁극의 맛을 경험할 수 있다. 승삼이 형한테 100일 후에 다시 온다고 말하니, 맘대로 하라고 한다. 또 담근다는 말은 없었다. 그러다 떡 쓰러져 잤는데, 신기하게도 다음날 숙취가 하나도 없었다.

#버스오딧세이 #진부령_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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